“미국의 부 상위 1%에 쏠려 있다” 버니 샌더스 유세현장

입력 2015-09-15 17:11
“미국이 역사상 가장 부유한 나라가 됐지만,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그 사실을 모르고 있다. 부가 상위 1%에 쏠려 있기 때문이다.”

미국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에 뛰어들어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사자후를 토하자, 청중들은 피켓을 들고 환호했다. 샌더스 의원이 경제적 불평등 완화와 대학등록금 무상지급, 돈선거로부터 자유로운 정치개혁을 부르짖자 지지자들은 함성을 질렀다.

◇‘경제적 불평등’ 완화 주장에 열광=14일(현지시간) 버지니아 머내서스 프린스 윌리엄 카운티의 한 공터에 마련된 샌더스 의원의 유세현장에는 10대 후반 대학생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의 지지자 2000여명이 모여들었다. 휠체어를 타고 나타난 노인들도 눈에 띄었다. 인구 4만2000여명의 작은 도시에서 늦은 시간에 열린 집회 치고는 상당히 많은 인파였다. 지난 달 같은 장소에서 열렸던 공화당 경선후보 스콧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의 유세에 겨우 150여명이 모였던 걸 감안하면 샌더스 의원의 인기를 실감케했다.

“수백억 달러의 재산을 가진 사람들이 호화 요트와 제트비행기를 즐기는 이 나라에서 가족의 생계를 위해 하루에 2~3개 일터를 전전하거나, 아파도 돈이 없어 병원을 찾기 힘든 사람들이 수백만명에 달한다.”

청중들은 샌더스의 연설 도중 미국의 빈부격차를 비판하는 대목에서 특히 호응이 컸다. 대학등록금 대출로 떠안은 빚이 가계경제를 짓누르고 있다는 진단에서도 공감의 박수소리가 요란했다.

‘자칭 사회주의자’인 샌더스 의원은 대학등록금 무상지급 등의 공약이 과격한 발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적어도 주당 40시간을 일하면 가난은 벗어날 수 있어야 한다”고 외쳤다.

현장에서 만난 자원봉사자 알렉사 뷰에나(19·여)는 “등록금 부담 없이 대학을 다닐 수 있으면 좋겠다”며 “우리 가족 형편에 2년제 커뮤니티 칼리지의 등록금도 힘겹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지자 딘 세콰이어(57)는 “샌더스 의원은 사회적 약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한 평생 일관된 길을 걸어왔다”며 “미국이 안고 있는 고질적인 경제적 불평등 완화와 임금 격차 해소를 위해 샌더스가 최고의 대안”이라고 말했다.

◇흑색선전 않고 ‘묻지마 선거자금’ 조직도 없는 후보=무소속 상원의원으로 민주당 경선에 뛰어든 샌더스 후보는 네거티브(상대방 비방)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샌더스 의원은 부를 독점하는 상위 1%와 거대기업들의 과욕을 질타하지만 당내 경쟁자나 상대당 후보들을 깎아내리는 연설은 거의 하지 않는다. 그는 묻지마 선거자금을 걷는 조직(슈퍼팩)도 두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샌더스 의원의 상승세는 거침이 없다. 최근 미국 CBS방송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샌더스 의원은 내년 초 경선을 치르는 아이오와주에서 43%의 지지를 얻어 클린턴 전 장관을 10% 포인트 앞섰다. 특히 뉴햄프셔주에서는 52%의 지지로 30%에 그친 클린턴 전 장관을 거의 배 가까이 이겼다.

그런 점에서 샌더스의 돌풍이 공화당 트럼프의 돌풍보다 훨씬 의미가 크다고 정치전문매체 ‘복스’의 편집장 에즈라 클라인은 평가했다.

반면 클린턴 전 장관은 자신의 지지기반으로 여겨졌던 여성표마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포스트(WP)와 ABC방송이 공동으로 민주당 성향 여성 유권자들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클린턴 전 장관의 지지율은 최근 두 달 사이 71%(7월)에서 42%로 무려 29% 포인트 급락했다.

머내서스(버지니아)=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