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파탄주의' 논란에 종지부...한동안 도입 어려울 듯

입력 2015-09-15 15:25 수정 2015-09-15 19:44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결혼을 깨뜨린 배우자의 이혼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판결을 유지함에 따라 바람피운 배우자의 이혼 청구는 한동안 받아들여지기 어렵게 됐다. 전원합의체 판결이 가장 빨리 변경된 경우에도 13년이 걸렸기 때문에 유책주의 기조 역시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법원 관계자는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파탄주의 허용에 대해 원칙적으로 허용할 수 없다고 종지부를 찍은 판결”이라고 밝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다른 여성과 혼외자를 낳은 남편 A씨가 아내 B씨를 상대로 낸 이혼 청구 소송을 15일 기각하고 원고 패소 판결을 확정했다. A씨는 1976년 B씨와 결혼했는데 1998년 다른 여성과 혼외자를 낳았다. 2000년 집을 나와 이 여성과 동거하다 B씨를 상대로 이혼 소송을 냈다. 1·2심은 앞서 기존 대법원 판례에 따라 A씨의 청구를 기각하고 대법원도 이런 판단을 확정했다. 유책주의는 바람을 피우는 등 결혼생활을 깨뜨린 배우자의 이혼 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주의다.

대법원의 이날 판단은 재판관 사이에서도 7대6으로 갈렸다. 다수 의견은 결혼생활을 깨뜨린 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허용하는 건 현 한국사회에서 ‘시기상조’라고 봤다. 이혼 당할 배우자를 경제적으로 보호하는 규정이 미비한 상황에서 여성 등 사회적 약자가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다만 다른 대법관 6명은 파탄주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혼인생활의 회복이 불가능하고 실질적으로 이혼 상태에 있는 부부에 대해서는 이혼을 인정해 법률관계를 정리해 주는 게 합리적이라는 취지다.

대법원이 전원합의체 판결로 유책주의 판례를 유지함에 따라 이 같은 이혼 소송 기조가 한동안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대법관 13명의 합의로 결론을 내리는 판결이라 쉽게 판례가 뒤바뀌지 않는다.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에 대해서는 사회·경제적으로 큰 변화가 있지 않는 이상 다시 전원합의체로 회부하는 것도 제한하고 있다. 사회의 법적 안정성과 사회 규범력을 도모하기 위해서다. 대법원 관계자는 “법 개정이나 현저한 사회적 변화가 없는 이상 당분간 이혼재판 실무는 ‘유책주의’에 따라 운영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