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클린턴...‘집토끼’ 백인 여성 유권자조차 등 돌려

입력 2015-09-15 15:37
국민일보DB

미국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자신의 주 지지층인 민주당 여성 유권자한테도 급격하게 지지를 잃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을 만들어달라고 외쳐온 클린턴 전 장관이 소속당의 여성 유권자들한테도 외면받고 있는 것이다.

14일(현지시간) 미 워싱턴포스트(WP)는 ABC방송과 공동조사를 벌인 결과 민주당을 지지하는 여성 유권자 중 42%만이 클린턴 전 장관에게 표를 던질 것이라 대답했다고 밝혔다. 이는 7월 조사에 나왔던 71%에서 무려 30% 가까이 급락한 결과다.

특히 백인 여성 유권자의 지지 철회가 두드러졌다. 클린턴 전 장관에게 투표할 것이라 답한 백인 여성은 겨우 37%에 그쳤다. 반면 백인이 아닌 여성들의 60%는 클린턴 전 장관을 지지하겠다고 답했다.

성별과 관계없이 민주당을 지지하는 유권자 전체에서도 클린턴 전 장관에게 투표하겠다고 답한 비율은 7월의 63%에서 42%로 하락했다. 경쟁 후보들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조 바이든 부통령은 모두 20%대 초반의 지지를 획득했다.

이번 조사결과는 미국의 대표적인 여성 정치인인 클린턴 전 장관으로서는 ‘집토끼’를 잃은 것과 같다. 그간 유세과정에서 클린턴 전 장관은 ‘여성들은 힐러리에게(Women for Hillary)’라는 구호를 내세우며 남녀 동일임금과 보육복지 등 여성인권을 주창해왔다. 올해가 클린턴 전 장관을 세계적인 여성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하게 한 유엔(UN) 세계여성회의 연설 20주년인 점을 감안하면 더욱 씁쓸한 결과다.

클린턴 전 장관은 애써 무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14일 아이오와주 유세 중 열린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이 나오자 “그간 충분히 많은 선거를 치러왔기에 (지지율에는) 등락이 있다는 걸 안다”면서 “여론조사는 오르내리기 마련이다. 사람들의 주목도와 판단은 시간에 따라 바뀐다”고 답했다. 그러나 최근 아이오와주 여론조사에서 경쟁자 샌더스 의원에게 처음으로 두 자리대 추월을 허용하는 등 ‘위기설’에 갈수록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