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역과 태풍으로 두 아들을 잃은 큰댁 막이는 집안의 대를 잇기 위해 작은댁 춘희를 들인다. 영감이 떠난 지 한참이 지나도록 둘은 모녀인 듯, 자매인 듯, 친구인 듯 애매한 관계를 46년간 유지하며 함께 살았다. 모질고 힘겨운 세월을 견뎌낸 두 할머니의 특별한 인연. 이제 서로의 마지막을 지켜줄 유일한 사람으로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행을 이어간다.
다큐멘터리 영화 ‘춘희막이’는 올해 제16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처음 상영되면서 진솔한 웃음과 묵직한 감동을 전하며 관객들의 찬사를 받았다. 한국경쟁 부문에 초청되어 CGV아트하우스 배급지원상을 수상했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와 ‘워낭소리’에 이어 노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으로 세대를 초월해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메가폰을 잡은 박혁지 감독은 경북 영덕에 살고 있는 최막이(90) 김춘희(71) 할머니의 일상과 풍경, 서로에 대한 애증과 먹먹함, 둘만이 공유할 수 있는 감정의 울림을 2년 동안 화면에 담았다. 다수의 TV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박 감독은 독립PD 다큐 부문 최우수상,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상 등을 받은 바 있다. ‘춘희막이’는 그의 첫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다.
영화는 ‘내 영감의 두 마누라’라는 포스터 문구처럼 본처와 후처라는 결코 가까워질 수 없는 사이이지만 만감이 교차하며 50년 가까이 함께 살아온 두 할머니의 여정을 따라간다. 한손에 담배를 들고 “대가리 박아라”며 춘희 할머니를 매섭게 바라보는 막이 할머니의 모습과 서로 머리를 빗겨주는 더없이 친근한 모습 등이 애틋하면서도 짠한 감정을 자아낸다.
일찍 죽은 영감보다는 서로 “보고 싶고 보고 싶다”며 토닥여주는 두 할머니의 웃음이 사랑스럽고 정감이 간다. 어느 시골에나 계실 듯한 우리들의 할머니를 떠올리게 한다. 피아니스트 김광민이 음악 감독을 맡아 섬세한 선율로 서정적인 감성을 더했다. 480만 관객을 동원한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흥행을 이을지 관심이다. 30일 개봉. 12세 관람가. 96분.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모녀인 듯 자매인 듯 친구인 듯, 그렇게 46년… 다큐 영화 ‘춘희막이’
입력 2015-09-15 17: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