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우가 말하는 ‘탐정: 더 비기닝’의 세 가지 매력 포인트

입력 2015-09-15 17:17
영화 ‘탐정: 더 비기닝’에서 생활밀착형 코믹연기를 실감나게 보여주는 권상우. “마음을 열고 평소 집에서 하던 대로 편안하게 연기했다”고 말했다. 곽경근 선임기자

솔직히 말하자면 크게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 코믹 범죄 추리극을 내세워 적당히 웃기면서 시간을 끌다가 끝나는 킬링타임 영화쯤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지난주 시사회에서 본 ‘탐정: 더 비기닝’(감독 김정훈)은 의뢰로 재미있었다. 프로파일링 동호회장 출신으로 미제사건 카페를 운영하는 강대만. 경찰시험에서 떨어진 그는 친구 준수가 일하는 경찰서 강력팀을 기웃거린다.

웃음과 스릴이 교차하는, 잘 짜여진 스토리에 주연배우 권상우(39)의 달라진 연기력이 더해져 120분 동안 시종일관 시선을 사로잡았다. ‘동갑내기 과외하기’(2003) ‘말죽거리 잔혹사’(2004) 등 10여 년 전의 권상우가 아니었다. 무엇이 그를 변하게 했는가.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삼청로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나 영화 속 세 가지 매력 포인트에 대해 질문했다.



①웃음 폭탄 생활밀착형 코믹연기

-이전의 이미지와 달리 처음부터 막 웃기던데.

“‘말죽거리 잔혹사’ 이후 잘 된 영화가 없어 심기일전했어요. 항상 열린 상태로 작품에 임하는데 망가지는 걸 걱정하지는 않았죠. 촬영할 때 몸매 관리를 이렇게 안 한 작품은 처음으로 체중이 2∼3㎏ 늘었어요. 아이에게 우유먹이고 기저귀 갈아주고 보행기 태우고 집에서 평소 하던 대로 했지요.”

-분리수거 쓰레기봉투 장면에서 빵 터지던데.

“종이박스를 잔뜩 안고 대문을 나서는데 조금은 싱거운 거 같았어요. 그래서 ‘음식물 쓰레기봉투는 여기에 걸어줘’라며 새끼손가락을 내밀었어요. 관객들 반응이 엉뚱한 장면에서 웃고 예상했던 부분에서는 웃지 않기도 하던데 이 장면에서는 다 웃더라고요. 즉흥연기가 제대로 성공하고 통한 거죠.”

②스릴 선사 찌질형 탐정연기

-연쇄살인사건을 해결하려고 좌충우돌하던데.

“경찰시험 신체검사에서 떨어진 강대만의 꿈은 그럴듯한 형사가 되는 거예요. 하지만 광역수사대의 노 형사(성동)를 쫓아다니다 똥파리 취급받고 아내의 잔소리 폭탄까지 맞으며 사는 찌질한 남자일 뿐이죠. 사실 범죄 추리극의 중심에 있지만 멋지게 해결하는 건 없어요. 그런데도 스릴이 있죠?”

-한물간 형사 역의 성동일과 호흡이 좋던데.

“성동일 선배는 제가 가야 하는 지점의 요소를 가진 배우예요. 멋진 것만 할 수 있는 배우가 아니라 어떤 장르든지 코믹을 선사하는 캐릭터, 그걸 가장 잘하는 게 성 선배예요. 웃으며 연기한 기억밖에 없는데 완성된 영화를 보니 선배의 진지한 모습이 나타나는 거예요. 대단하고 많이 배웠죠.”

③실감나는 패밀리형 아빠연기

-극중 아내에게 거짓말도 하고 그러던데.

“자유를 꿈꾸는 선의의 거짓말이죠. 얼마나 형사가 되고 싶으면 그러겠어요. 강대만이 일하는 만화방을 유심히 보면 ‘쇼생크 탈출’ 포스터가 걸려 있는데 저도 공감이 가요. 아내(손태영)가 잘해주고 저도 잘 하고 있지만 자신만의 꿈은 있잖아요. 서로를 이해하고 돕는 게 부부인 것 같아요.”

-아빠연기는 결혼 않고는 하기 힘들 것 같던데.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니 책임감이 느껴져요. 제가 지금 교복입고 고교생을 연기할 수는 없잖아요. 촬영장에 아들을 데리고 갔는데 좋아하더라고요. 지금이 제일 행복해요. 이번 영화가 코믹도 있고 스릴도 있고 가족 얘기도 있는데 추석에 맞춰 개봉되니 ‘가족영화’로 분류됐으면 좋겠어요.”

체력 관리를 위해 주말마다 축구경기를 하면서 땀을 많이 흘린다는 그는 “이번 영화를 보신 어떤 분이 ‘동갑내기 과외하기’ 때의 권상우가 돌아왔다고 하더라”며 “그 말을 들었을 때 기분이 좋았다”고 했다. 조금은 헐렁하고 망가진 배역이고 우리 나이로 마흔 살을 먹은 그이지만 옛날의 청춘으로 돌아가고픈 것은 인지상정인가 보다.

중국에서 ‘적과의 허니문’ ‘차이니스 조디악’ 등을 찍느라 최근 몇 년간 바빴다는 그는 국내 팬들과 자주 만나는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4일 개봉을 앞두고 밤 10시 넘게 끝나는 일반시사회에 예고 없이 나타나는 등 열심히 뛰고 있다. 그는 “이제는 권상우가 잘하는 액션, 관객이 많이 보는 슬픈 멜로, 마음 놓고 웃기는 코미디 등 장르별 대표작을 찍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