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대전 이후 최악의 난민 유입 사태에 직면한 유럽 각국이 속속 국경 통제에 나서면서 유럽연합(EU) 국가 간 자유통행 보장 원칙이 위기에 처했다.
독일에 이어 오스트리아와 슬로바키아가 14일(현지시간) 국경 통제를 시작했다.
오스트리아 정부는 이날 헝가리와 국경 지역에 군과 경찰을 파견해 검문을 실시했다. 전날 밤 헝가리 국경을 넘어 오스트리아에 수천명의 난민이 들어왔다.
슬로바키아 정부도 헝가리 및 오스트리아와 국경에서 검문검색을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벨기에 정부는 이날 국경을 통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테오 프랑켄 벨기에 이민 장관은 국경 검문을 준비하고 있으며 유효한 여권 소지자에게만 입국을 허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켄 장관은 “독일의 입장을 이해한다. 솅겐조약은 국경 통제를 재도입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우리는 아직 독일과는 다른 처지에 있지만 유사한 조치를 지금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정부도 이날 일시적으로 국경을 통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네덜란드 법무부 대변인은 난민의 급격한 유입을 막기 위해 국경을 통제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네덜란드 언론이 전했다.
독일 정부는 전날 오스트리아와의 국경 통제를 한시적으로 단행했다.
오스트리아 국경에서는 EU 시민과 유효한 문서를 소지한 이들만 독일 입국이 가능해졌다.
국경지역에는 2천100명의 독일 경찰이 배치돼 순찰과 검문을 시작했다. 이 같은 통제는 폴란드 및 체코와의 국경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시리아 등지에서 온 난민들이 서유럽 국가로 가기 위한 중간 기착지인 헝가리는 쏟아져 들어오는 난민을 막기 위해 세르비아와 국경에 장벽을 세우는 등 이미 국경 통제를 강화했다.
헝가리 정부는 이날 유럽으로 가려는 중동 난민들이 불법적으로 입국하는 주요 경로를 전면 차단했다.
이들 국가 외에 스웨덴과 폴란드 등도 국경 통제가 필요한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독일 등 일부 EU 국가의 국경 통제 조치는 EU 내에서의 자유로운 이동을 가능케 한 솅겐조약을 사실상 위반한 것이다.
EU 집행위원회는 솅겐조약 하에서도 위기 상황에서는 회원국 간 국경통제가 가능하다며 독일의 조치가 정당하다고 평가했다. EU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같은 국제행사가 있을 때 솅겐조약의 예외규정에 따라 국경을 통제해왔다.
솅겐조약은 EU 28개 회원국 중 22개국과 스위스,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 등 비EU 4개국간 자유로운 통행을 보장한다.
테러 위험과 난민 유입 사태로 유럽 국가 간 국경을 검문 없이 통과할 수 있도록 한 솅겐조약을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EU는 솅겐조약 가입국 간 자유이동 원칙을 고수할 것임을 거듭 밝힘에 따라 유럽의 국경 통제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유럽 각국 속속 국경 통제…유럽 자유통행 위기
입력 2015-09-15 09: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