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티아스 괴르네… 카밀라 틸링… 가을 수놓을 목소리의 향연

입력 2015-09-14 16:27
마티아스 괴르네

인간의 목소리는 신이 내린 최고의 악기라고 한다. 감정 변화에 따라 다양하게 소리를 낼 수 있으며 무엇보다 가사를 전달할 수 있는 유일한 악기이기 때문이다. 올가을 최고의 악기를 지닌 세계 정상급 성악가들이 잇따라 한국 무대에서 천상의 소리를 들려줄 예정이다.

우선 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48·독일)가 9월 19일 성남아트센터에서 장기인 독일 가곡을 부른다. 요제프 폰 아이헨도르프의 시에 슈만이 곡을 쓴 ‘리더크라이스’와 슈베르트의 ‘하프주자의 노래’ 등이 선곡됐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음색의 소유자인 그는 1997년 영국의 클래식 음반사인 하이페리온이 세계적인 성악가들을 기용해 만든 ‘슈베르트 에디션’ 시리즈에 신인으로는 드물게 발탁됐다.

당시 음반 ‘슈베르트와 슐레겔 형제’는 타임지의 올해의 베스트 음반상을 수상하며 그를 스타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이후 오페라에서도 맹활약하고 있지만 그의 진가가 확실히 드러나는 것은 역시 독일 가곡이다. 2005년 성남아트센터 개관 페스티벌 당시 처음 한국을 찾은 뒤 이번에 성남아트센터의 10주년을 맞아 다시 초청됐다.

체칠리아 바르톨리와 함께 메조 소프라노의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안네 소피 폰 오터(60·스웨덴)도 7년만에 한국을 찾는다. 특히 이번 공연에선 후배 소프라노 카밀라 틸링(44·스웨덴)와 함께 국내에서 보기 드문 듀엣 무대를 선보인다.

10월 1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펼쳐질 듀엣 무대는 이들의 선배로 전설적인 두 스웨덴 여가수를 테마로 꾸며진다. 바로 소프라노 제니 린드(1820~1887)와 비르기트 닐손(1918~2005)이다. 오터와 틸링은 이번 공연에서 린드와 닐손이 불렀거나 이들과 뗄 수 없는 가곡들을 솔로와 듀엣으로 들려줄 예정이다. 린드를 숭배했던 멘델스존의 ‘두 개의 듀엣’과 슈베르트의 ‘송어’그리고 및 닐손의 주요 레퍼토리였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황혼의 꿈’ 등이 선곡됐다.

고음악계의 한류스타로 평가받는 소프라노 임선혜(39)가 최정상급 바로크 오케스트라인 베를린 고음악 아카데미와 함께 무대를 꾸민다. 10월 3일 LG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오르페오 인 바로크’는 임선혜가 유럽활동 15년의 자존심을 담아낸 첫 번째 독집 앨범 ‘오르페우스: 이탈리아와 프랑스 칸타타들’의 레퍼토리로 꾸며지는 첫 번째 무대다.

이 음반은 아시아 성악가 최초로 프랑스 고음악 전문 음반사 아르모니아 문디에서 발매된 독집 앨범이다. 지난 6월 파리 샤틀레 극장에서 열린 ‘골든 오르페우스 아카데미 어워즈’에서 ‘엘리 아멜링상’을 받기도 했다. 임선혜는 오르페우스를 비롯해 극에 출연하는 여러 배역들을 1인 다역으로 소화한다. 임선혜 앨범의 반주를 맡기도 한 베를린 고음악 아카데미의 단원 7명이 이번 공연의 반주를 위해 한국을 찾는다.

‘쓰리 테너’(루치아노 파바로티·플라시도 도밍고·호세 카레라스)의 뒤를 잇는 ‘포스트 쓰리 테너’ 후보군 가운데 한 명인 라몬 바르가스(55·멕시코)가 첫 내한공연을 가진다. 바르가스는 10월 8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자타공인 한국 출신 최고 소프라노 홍혜경과 함께 듀오 콘서트를 연다. 푸치니 오페라 ‘라보엠’ 등의 아리아를 들려줄 예정이다.

테너인 그는 92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루치아’에서 파바로티의 대역을 맡아 스타덤에 오른 뒤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 왔다. 롤란도 비야손, 로베르토 알라냐, 요나스 카우프만, 마르첼로 알바레즈 등 최정상급 테너 성악가들 중 맏형 격으로 부드러운 미성과 깨끗한 고음으로 정평이 나 있다. 올봄 첫 내한공연에서 거칠지만 드라마틱한 표현으로 열광적 반응을 이끌어냈던 카우프만과 비교하면 흥미로울 듯하다. ‘메트의 안방마님’ 홍혜경은 카우프만과 바르가스, 세계 최정상급 테너 두 명의 첫 내한 무대에 잇따라 오르는 진기록을 남기게 됐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