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영국 노동당 코빈 몰라보고 “내 지지자? 좋아요” 망신

입력 2015-09-14 14:19

미국 공화당의 대선 경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69)가 영국 노동당의 새 당수를 몰라보는 무지를 드러내 망신을 당했다.

13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 등에 따르면 트럼프는 전날 영국 노동당 당수로 선출된 제러미 코빈(66)을 자신의 지지자로 오해한 글을 자기 트위터에 남겼다.

‘해미시’라는 트위터 ID를 가진 한 영국 노동당원이 트위터에 쳐놓은 함정에 빠진 것이었다.

해미시는 코빈의 사진과 함께 “우리 아버지가 이번에 당신에게 표를 던지려고 합니다”라고 트럼프에게 말을 건넸다.

트럼프는 이에 “아주 좋아요(Great)”라고 화답했다.

코빈은 사회주의 노선을 따르는 강성좌파로서 성향을 따지면 트럼프와 정반대 편에 있는 인물이다.

이 ‘함정’ 트윗은 코빈이 당수로 선출되기 몇 시간 전에 게시됐고 트럼프의 답변은 당선 확정 후 1시간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 나왔다.

해미시는 “트럼프가 이 트윗을 지워버리고 싶을 것”이라며 쾌재를 불렀다.

트럼프가 코빈을 몰라본 정황은 공화당의 경쟁 후보에게는 즉각적인 공격 소재가 됐다.

바비 진달 루이지애나 주지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윗도리를 벗고 말을 타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도널드에게 트위터로 보냈다.

진달 주지사는 “우와, 대단하다. 당신이 진짜 알아보는 세계 지도자가 하나라도 있나요? 이 사람도 당신에게 표를 던질까요?”라고 비꼬았다.

영국에서도 트럼프가 트위터에서 우롱당한 사건은 화제가 됐다.

현지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트럼프가 트위터 사진에 낚였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트럼프가 새로 당선된 노동당 당수를 못 알아봤다”고 지적했다.

텔레그래프는 “이번 실수 때문에 트럼프가 오래 곤욕을 치르지는 않을 것”이라며 “멕시코인을 성폭행범 취급하고 존 매케인(공화·애리조나) 상원의원의 전쟁 공로를 깎아내리며, 공화당 여성 후보(칼리 피오리나 전 휴렛팩커드 최고경영자)의 외모를 비하하고도 흠집 없이 선두를 달리는 인물이 트럼프”라고 해설했다.

트럼프는 지난 3일 보수성향의 라디오 프로그램 ‘휴 휴잇’과의 인터뷰에서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의 카심 술레이마니 사령관을 묻는 말에 엉뚱하게 중동의 소수민족 쿠르드 얘기를 하다가 망신을 당했다.

이슬람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지도자 세예드 하산 나스랄라와,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의 지도자 아이만 알자와히리도 모른다고 트럼프는 털어놓았다.

트럼프는 예전부터 트위터로 자기 주장을 펼치거나 다른 이들의 견해에 반응하며 소통하는 것을 즐겼다.

이를 이용해 일부 네티즌이 트럼프를 트위터로 우롱하는 것을 신종게임처럼 여기는 풍경도 목격되고 있다.

필립 브래드버리라는 네티즌은 20여년 전 악랄한 연쇄살인으로 세상을 놀라게 한 연쇄살인마 부부의 사진으로 작년 9월 트럼프를 곤혹스럽게 했다.

브래드버리가 “돌아가신 부모님이 항상 당신에게서 영감을 받는다고 말씀하셨다. 추모 리트윗을 부탁한다”는 말에 트럼프는 실제로 리트윗을 하고 말았다.

올해 7월에는 1970년에 임신한 아내와 두 딸을 살해한 미국 육군 장교 제프리 맥도널드의 사진으로 트럼프를 난처하게 한 이도 있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