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소장개혁파, 당내 분열 추석전 마무리한되면 정풍운동 불가피

입력 2015-09-14 01:50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재신임투표와 혁신위원회 공천혁신안 처리문제를 둘러싼 당내 논란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문 대표가 12일 3선 이상 중진들의 중재안을 수용해 재신임 투표는 '가급적 추석 전'으로 연기하고 공천혁신안 의결을 위한 중앙위원회는 16일 예정대로 개최키로 합의했지만 돌연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이를 뒤엎는 요구사항을 들고 나와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안 전 대표는 13일 문 대표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글을 통해 "재신임은 당의 근본적인 혁신 문제를 개인 신상문제로 축소시킴과 동시에 혁신논쟁을 권력투쟁으로 변질시키는 것"이라며 중앙위 무기 연기와 재신임투표 취소를 요구했다.
문 대표와 중진 간 회동 이후 움찔했던 비주류는 안 전 대표의 입장 발표 이후 다시 힘을 내는 분위기다. 다만 중앙위를 되돌리긴 힘들지 않겠느냐는 기류가 우세하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혁신위가 처음부터 9월까지 활동한다고 명시했기 때문에 중앙위는 예정대로 16일 개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비주류는 예전처럼 거수나 박수로 한다면 주류의 의도에 말리는 것이라고 보고 무기명투표를 통해 의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비주류 일부 의원들은 14일 중앙위 의장인 김성곤 의장을 만나 무기명 투표 실시를 요구하고,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중앙위 보이콧 여부 등을 결론내기로 했다.

비주류는 재신임 투표 역시 국감 이후로 연기하거나 취소해야 한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투표 방법은 비주류와 협의를 거쳐야 한다는 요구도 분명히 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국정감사에 총력을 기울이도록 문 대표가 더 지혜를 발휘해달라"며 국감 이후로 재신임을 미룰 것을 제안했다.

주승용 최고위원은 이날 비공개 최고위에서 재신임투표와 중앙위 모두를 국감 이후로 연기할 것을 요구했지만 문 대표는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표 측은 당내 여론을 수용해 재신임 일정까지 늦췄음에도 비주류는 물론 안 전 대표까지 반발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문 대표 측은 문 대표가 중진 회동에서 연기한 재신임의 시기를 '가급적 추석 전'이라고 언급한 것이 당내 화합 무드가 조성될 경우 투표 철회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었지만 지금 분위기는 재신임 투표를 실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모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 대표 측은 "재신임투표가 싫다면 투표를 철회할 명분을 쌓아서 만들어줘야 하지 않나"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추석 전에 재신임투표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문 대표 생각은 확고한 것같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이날 안 전 대표의 편지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계기가 되면 말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문 대표와 회동했던 박병석 전 국회부의장은 "지금은 지도부를 포함해 내가 아니라 우리, 나 중심이 아니라 당 중심으로 생각할 때"라며 "3선 이상 중진이 모여 나온 결론에 대해 신중하게 판단했으면 좋겠다"고 안 전 대표와 비주류를 겨냥했다.

혁신위는 중앙위를 무산시키려는 비주류의 움직임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김상곤 혁신위원장은 이날 대전에서 개최된 대전·충청권 중앙위원회 순회간담회에서 안 전 대표의 요구에 대해 "당 대표를 역임하고, 당 안정을 위해 누구 보다 앞장서야 할 분이 왜 그러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진우 부산 북강서을지역위원장 등 부산 원외지역위원장 13명은 '비상혁신연대' 부산준비모임을 결성하고 "혁신위가 제시한 혁신안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며, 당 대표의 재신임 또한 신속히 매듭짓고 당이 정상화돼야 한다"는 성명서를 냈다.

한편 당내 소장 개혁파 모임인 '더좋은미래' 소속 의원 10여명은 이날 회동을 갖고 이대로 가면 공멸한다는 절박한 인식 속에 "혁신안은 16일 중앙위에서 통과시켜야 한다"고 뜻을 모았다.

또 책임있는 인사들이 책임을 지고 모든 분열을 추석 전에 정치적으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재신임투표가 불가피하지 않겠느냐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참석자는 "중간지대 의원들의 인내심이 임계치에 도달했다. 추석 전까지 당내 갈등이 종식되지 못한다면 초·재선 등 아래로부터의 대대적인 쇄신운동이나 정풍운동을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전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