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 카르텔, 처음으로 한국 법정에 선다

입력 2015-09-13 19:00
삼성전자 LG전자에 판매하는 소형 베어링의 가격과 물량을 담합한 일본 업체가 재판에 넘겨졌다. 한국시장을 대상으로 한 외국기업의 국제카르텔을 검찰이 수사·기소한 첫 사례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부장검사 한동훈)는 우리 대기업을 견제하기 위해 가격을 담합한 혐의(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 위반)로 일본 베어링 제조업체 미네베아와 한국 판매법인 한국엔엠비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13일 밝혔다. 미네베아는 2003년 6월부터 2011년 7월까지 경쟁사 일본정공과 짜고 국내 거래처에 공급하는 가격과 물량, 판매처 등을 담합해 사실상 독점행위를 한 혐의다. 일본정공은 ‘리니언시’(자진신고자 감면제도)로 형사처벌을 피했다.

1951년 설립돼 지난해 매출 4조6000억원을 기록한 미네베아는 소형 베어링 분야 세계 1위다. 한국시장 점유율은 56.3%에 이른다. 검찰은 미네베아와 세계 2위인 일본정공이 2003년 6월 가격인하 폭을 줄이기로 처음 합의하고, 각 사의 한국지사를 통해 점유율을 유지해 왔다고 밝혔다. 두 업체는 금융위기 여파로 환율이 오르고 원재료 값이 급등한 2008년부터 최대 33%까지 가격인상을 담합하기도 했다.

검찰은 지난 1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고발장을 접수받아 두 업체의 본사·한국지사 임직원들을 소환 조사했다. 공정위 조사에서 혐의를 부인하던 이들은 검찰 조사에서 객관적 증거가 제시되자 모두 자백하고 재발 방지까지 약속했다. 검찰 관계자는 “담합 등 불공정행위 처벌은 기업의 국적과 관계없이 엄정하고 차별 없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