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이한열 열사가 최루탄에 머리를 맞아 의식을 잃고 피 흘릴 때 그를 감쌌던 연세대 화학공학과 학생회 깃발이 교내 창고의 먼지더미 속에서 발견됐다. 이 열사는 1987년 6월 9일 민주화를 요구하며 시위하다 최루탄에 맞아 숨졌다. 그의 죽음은 ‘6월항쟁’의 도화선이 됐다.
이한열열사기념사업회는 연세대생 정우민(22·도시공학과) 강승윤(22·전기전자공학부)씨가 87년 사용했던 화공과 학생회 깃발을 기증했다고 13일 밝혔다. 이 열사가 최루탄에 맞은 ‘전두환정권 규탄시위’ 현장에 화공과 학생들이 들고 나갔던 것이다. 피를 뚝뚝 흘리던 이 열사를 곁에 있던 화공과 학생이 부축할 때 이 깃발을 들고 있었다고 한다. 이 깃발로 이 열사를 지혈했다고 알려졌다.
정씨와 강씨는 지난달 6일 철거를 앞둔 공과대 제1공학관 학생회 창고에서 물건을 정리하다 깃발을 발견했다. 빨간 바탕에 금색으로 ‘연세 화학공학과’라 쓰인 천이 액자에 들어 있었다. 유리 없이 액자 형태로 테두리 처리된 상태였다.
오른쪽 아랫부분에 붙은 작은 동판에는 ‘87년 6월 9일 피 흘리는 이한열 열사를 감쌌던 연세대학교 화학공학과 깃발 / 2001년 6월 9일 제작 / 87년 화공과 깃발의 보존을 위한 특별위원회’라고 적혀 있었다. 붉은 천에는 피처럼 보이는 검붉은 자국도 군데군데 눈에 띄었다.
이 열사의 후배들이 2001년 깃발을 보존하기 위해 특별위원회를 꾸려 표구했다고 한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인수인계가 제대로 되지 않았던 것이다. 기념사업회는 깃발을 전문가에게 보내 보존처리하고 이한열기념관에 전시할 계획이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
故 이한열 열사 감쌌던 깃발 발견
입력 2015-09-13 18: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