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립네요 그때가” 문재인, 노무현 사진 옆에 글 남겨

입력 2015-09-13 18:10

새정치민주연합이 13일 국회 사진전을 시작으로 창당 60주년 기념주간 행사를 시작했지만 극심한 내홍 속에 좀처럼 분위기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

문 대표의 거취 및 혁신안 통과를 두고 당이 둘로 쪼개진 상황에서, 당원들의 관심도 기념행사의 하이라이트인 18일 '창당 60년 기념식'보다는 문 대표의 운명이 판가름날 16일 중앙위에만 온통 쏠려있는 모습이다.

문 대표로서는 13~15일 재신임 투표와 16일 중앙위원회를 거쳐 18일 기념식에서 새 출발을 하며 총선체제로 전환겠다는 목표를 가졌지만 재신임 투표를 연기하면서 그 계획마저 어그러진 셈이 됐다.

이날 시작된 사진전에는 문재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 60년 준비위원장인 전병헌 최고위원이 참석해 하나같이 통합과 화합을 강조하면서 서로 손을 맞잡고 단결을 다짐하는 퍼포먼스도 진행했다.

문 대표는 "오늘 사진전은 위대한 역사 앞에서 우리 모두 하나였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자리"라고 강조했고, 이 원내대표도 "60년을 이어온 당의 정체성, 민생과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같이 뛰겠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국회 본관과 의원회관 사이 지하 통로에 '민주로(路)'로 명명된 공간에 전시된 사진들을 둘러보며 소감을 남기기도 했다.

문 대표는 2002년 노무현 대선 후보의 신촌 유세 사진에 "그립네요 그 때가"라고 적었고, 자신이 출마한 2012년 대선후보 합동연설회 사진에는 "그런 때가 있었나요"라는 메모를 남겼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내란 음모 사건으로 수의를 입은 채 재판받는 사진을 본 뒤 문 대표가 "진실이 승리하는 역사!", 이 원내대표는 "김대중 대통령님, 우리입니다"라고 적었다. 전 최고위원은 "지금 어렵고 힘들어서 더욱 그립습니다"라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새정치연합은 이날 사진전을 시작으로 17일 60주년 기념 심포지움을 열고 18일 기념식을 개최하기로 했다. 기념식에는 '당 뿌리찾기 운동'을 통해 모집한 원로 당원들도 대거 행사에 초대하기로 했다.

새정치연합은 '상도동계' 인사들의 참여를 적극 추진했지만 현재로서는 여의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인터뷰를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역시 기념식 행사에 오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현철 고려대학교 교수, 김덕룡 전 의원 등도 초청에 응할지 장담하기 어렵다.

당내에서는 문 대표의 재신임 문제 등 당이 여전히 주류, 비주류로 나뉜 채 내홍을 겪고 있는 상황이어서 60주년 기념 행사의 빛이 바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 관계자는 "이보다 더 않좋은 위기도 많았다. 지금의 내홍도 결국 역사가 될 것"이라며 "이런 때일수록 단합을 강조하는 행사를 차질없이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