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은 13일 국회에서 창당 60주년 사진전을 열었다. 역사의 고비마다 선명하게 남겨진 제1야당의 발자취를 훑어보는 행사였다. 그러나 최근의 당 내분 사태는 당의 역사와 전통마저 퇴색시키고 있다. 공천 혁신안으로 촉발된 ‘주류 대 비주류’ 갈등이 전면전으로 비화돼 리더십 공백사태까지 치닫고 있다. ‘60년’ 야당의 민낯만 드러내는 형국이다.
문재인 대표는 재신임 카드를 던진 이후 ‘마이 웨이’를 고집하고 있다. 문 대표는 지난 12일 중진 의원들과 회동 끝에 재신임 투표 연기와 당 중앙위원회(16일) 개최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재신임 투표를 가급적 추석 연휴 전에 실시하겠다는 뜻은 굽히지 않았다.
“혁신안은 실패” 입장을 분명히 한 안철수 의원은 비주류의 선봉에 섰다. 안 의원은 이날도 성명을 내고 “문 대표가 말한 재신임은 근본적인 당 혁신 문제를 개인 신상문제로 축소시킴과 동시에 혁신논쟁을 권력투쟁으로 변질시키는 것”이라며 중앙위의 무기한 연기와 재신임 투표 취소를 강력히 요구했다.
지금 당내 논란은 정책이나 노선을 두고 벌어진 싸움이 아니다. 분란의 방아쇠는 총선 후보를 뽑기 위한 당내 경선에 국민 비율을 얼마나 반영할 것인지 문제였다. 민생과 관계없는 ‘밥그릇 싸움’에 골몰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내분을 끝낼 수습방안도 찾기 어렵다. 문 대표가 혁신안 논란을 매듭짓자며 재신임 카드를 내밀었지만, 되레 분란에 기름만 끼얹었다. 혁신안이 중앙위를 통과하더라도 내분이 가라앉으리라 보는 시각은 거의 없다. 비주류는 조기 전당대회, 중진 연석회의 개최를 압박하고 있다. 이 역시 당권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에 대한 문제이지, 제1야당의 집권전략이라 보긴 힘들다. 정기국회, 그것도 1년에 한번뿐인 국정감사가 진행 중이고, 총선이 내년 4월로 다가온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불가능한 제안이다.
분란을 중재해야 할 중진들은 전혀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당의 ‘계파정치’로부터 자유롭지 않은데다, 일부 중진은 검찰수사를 받거나 법원선고를 앞두고 있어 발언에 힘이 실리기도 어렵다.
‘야당의 무대’라 할 국정감사는 완전히 빛이 바랬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사위의 마약 논란 등 여권의 악재가 터져도 집안싸움 탓에 대처할 힘조차 없는 상태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문 대표가 재신임을 받더라도 당내 계파 갈등은 여전하고, 당 바깥의 신당 창당 등 원심력도 계속될 것”이라며 “총선을 앞두고 다시 한번 당내 파란이 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이슈분석] 창당 60주년이 무색한 제 1야당의 민낯
입력 2015-09-13 1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