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공무원 연수결과보고서, 사실상 복사 수준?” 70%가 표절 의심

입력 2015-09-13 12:56

지난 10년 간 국비로 교육비·거주비 등을 지원받아 국내외 연수를 다녀온 기획재정부 소속 공무원들이 작성한 결과보고서(논문)의 70%가 표절이 의심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타인의 논문을 그대로 베끼거나, 기재부가 연구기관에 용역을 준 보고서를 베껴 쓰는 식이었다. 표절의혹이 제기된 공무원에게 지원된 예산은 총 60억원에 달했다.

1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광온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인사혁신처와 기획재정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10년 간 국내외 교육연수를 받은 기재부 공무원 136명 중 95명(69.9%)의 논문이 표절 의심 또는 위험 판정을 받았다. 이번 분석은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680개 학술단체 모임인 한국학술단체연합회의 논문표절 기준에 맞춰 전문가와 함께 이뤄졌고, ‘여섯 단어 이상의 표현이 연쇄적으로 일치한 경우’에 표절 의혹 문건으로 분류됐다.

표절 의혹에 휩싸인 95명 중 16.8%(16명)은 학위까지 취득했다. 또 82.1%(78명)은 5급 이상의 고위공무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에게는 총 60억2126만원의 예산이 투입됐고, 1인당 평균 6300만원을 지원받았다.

A공무원은 지난 2012년 다른 사람의 논문을 거의 그대로 베낀 ‘우리나라 재가노인 복지서비스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란 논문으로 학위를 취득했다. 심지어 제목도 같았다. 소속 이름만 기획재정부로 바꾸고 논문 날짜와 이름만 바꾼 정도다. 논문의 전체 문장 513개 중 375개가 동일 문장으로 나타났고, 표절이 의심되는 문장은 33개였다.

B공무원은 지난해 미국 미시간 대학에서 채권 관련 논문을 써서 학위를 취득했는데, 이는 지난 2012년 한국금융연구원이 발표한 ‘국채시장 발전에 대한 평가 및 향후과제’ 보고서를 상당부분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논문에 쓰인 전체 536개 문장 중 금융연구원의 보고서와 동일한 문장이 260개였고, 116개가 표절이 의심되는 문장이었다.

C공무원은 지난 2007년 충남대학교에 의뢰한 ‘개도국의 빈곤퇴치를 위한 유무상 인프라 원조의 효과성’이라는 용역보고서를 거의 그대로 베끼고 ‘대규모 재정수반 공적 개발원조사업 관련 효율적 재원배분에 대한 고찰’이라고 제목만 바꿔서 논문을 썼다. 전체 732개 문장 중 334개가 동일문장, 269개가 표절 의심 문장이었다.

기재부는 이 같은 공무원들의 비행에 대해 손을 놓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각 정부부처는 보고서 제출시 자체심의위원회를 구성해 표절 관련 심의작업을 진행해야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지난 2008년부터 최근까지 관련 위원회를 운영조차 하지 않았다. 이전까지 열렸던 심의위원회에서도 표절 의혹을 발견하지 못했고, 관련 조치도 없었다.

박광온 의원은 “기획재정부 공무원들의 도덕적 해이와 예산낭비가 심각하다”면서 “국민들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무원 교육연수 제도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 및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