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유엔총회때 롯데 뉴욕호텔에 투숙한다

입력 2015-09-13 12:46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달 하순 유엔총회 기간 관례와 달리 월도프아스토리아 호텔 대신 ‘롯데 뉴욕 팰리스 호텔’에 투숙할 예정이다.

힐튼 계열이었던 월도프아스토리아가 지난해 10월 중국 안방(安邦)보험에 인수된데 따른 보안 문제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이 11일(현지시간) “대통령이 어디에 투숙할 것인지에 대한 광범위한 고려가 있었다”며 “가용한 공간이 있는지 여부에서부터 비용, 안보상의 문제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검토했다”고 발표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대신 묵게 될 뉴욕 팰리스 호텔은 롯데호텔이 지난해 5월 8억500만달러(약 9000억원)에 인수해 명칭을 롯데 뉴욕 팰리스로 변경했다.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이 호텔에 대해 “가까운 동맹국인 한국의 재벌인 롯데그룹 호텔부문이 인수한 호텔”이라며 “오바마 대통령은 28일 이 호텔에서 국가 정상 및 고위인사들을 초청하는 행사를 가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FP는 “월도프아스토리아 호텔이 중국 측에 넘어간 이후 중국 관리들이 이 호텔에 감시장치를 설치해 미국 대통령과 측근들이 하는 비밀대화를 도청할 것이라는 공포를 일으키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이 호텔은 집권 후 처음으로 뉴욕을 방문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10년 만에 처음으로 유엔 총회에 참석하는 블리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투숙할 예정이라는 점도 감안된 것으로 알려졌다.

1931년 맨해튼 중심부인 파크 애비뉴에 개관한 월도프아스토리아는 1993년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과 브루클린 브리지와 함께 뉴욕 시의 공식 상징물로 선포된 유서 깊은 호텔이다.

허버트 후버(재임기간 1929∼1933년) 이후 84년간 미국 대통령들이 유엔 총회가 열릴 때마다 주로 투숙했던 장소다.

후버 대통령은 1931년 이 호텔의 개관식에 참석해 “국력의 신장을 보여줬다”고 극찬했고 퇴임 후 거처를 이곳으로 정했다.

1950년대에는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이 한동안 이 호텔의 스위트룸에 묵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이 신혼 첫날밤을 보낸 것으로 유명하다.

1947년 이후 유엔주재 미국 대사의 대부분이 이 호텔 42층의 펜트하우스 아파트를 사저로 활용했으며 현 서맨사 파워 대사도 이곳에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의구 기자 e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