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준이치로(73) 전 일본 총리가 “원전 재가동은 잘못됐다”며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원전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13일 보도된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전국에서 원전이 1기도 움직이지 않는 상태가 약 2년 이어졌지만 추운 겨울에도 더운 여름에도 정전하지 않았다. 원전 제로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며 이같이 언급했다.
그는 “정부는 가능한 한 원전 제로로 가까이 가야 하는데도 원전을 유지하려고 하고 있다”며 “이는 자연 에너지의 확대를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자신이 재임 중 원전 정책을 추진했던 것에 대해 “원전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는 전문가의 말을 믿고 있었다. 그러나 내 나름대로 공부하고서 알았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나 전력회사, 전문가가 말하는 ‘원전은 안전하다. 비용이 가장 싸고 깨끗한 에너지’는 전부 거짓말”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또 “앞서 원전을 추진했던 한 사람으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논어에서도 ‘허물이 있으면 고치기를 꺼리지 마라’(과즉물탄개)고 하지 않았느냐. 총리 경험자로서 달아날 일이 아니다. (원전 반대 운동을)해야 한다는 결의를 했다”고 강조했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올해 3월 전직 총리들이 아베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자신이 아베 총리에게 원전 제로를 결단할 것을 촉구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우정민영화는 모든 정당이 반대했지만, 원전 제로는 야당은 모두 찬성이다. 자민당도 총리가 결정하면 반대할 수 없다”며 “이렇게 좋은 기회는 없다. 총리의 결단 하나로 할 수 있는 국민적인 큰 사업이다”고 말했더니 아베 총리가 쓴웃음을 지으며 듣고 있었다고 전했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미국이 평화적 이용을 전제로 플루토늄 활용을 인정하고 있고 이것이 잠재적 핵 억지력이 된다는 견해에 관해 “일본이 ‘원전 제로로 가겠다’고 결정하면 반드시 인정한다”고 전망했다.
그는 “미국은 절대적으로 일본의 의향을 존중한다. 그것인 민주주의 국가끼리의 관계”라고 덧붙였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자신이 2006년 9월 퇴임하고서 언론의 인터뷰 요청에 응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또 원전 반대 운동을 계속하지만 이를 명분으로 정계에 복귀하는 일은 절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아베 총리의 정치적 스승이기도 한 고이즈미 전 총리는 2013년 가을 무렵부터 탈 원전을 주장하는 공개 강연을 벌이는 등 원전 반대 운동가로 변신했다.
그는 작년 초에는 호소카와 모리히로(細川護熙) 전 총리가 원전 제로를 표방하며 도쿄도(東京都)지사 선거에 출마하자 지지 유세를 하기도 했다.
아베 정권은 안전성이 확인된 원전을 재가동한다는 방침에 따라 원전 가동을 차례로 재개하려고 하고 있다.
지난달 11일 가고시마(鹿兒島)현 사쓰마센다이(薩摩川內)시의 센다이(川內) 원전 1호기가 재가동을 시작했고 이에 따라 후쿠시마(福島)원전 사고의 영향으로 약 23개월간 이어지던 일본의 원전 제로 상태가 종결됐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고이즈미 전 일본총리 “원전 재가동 잘못된 일” 맹비판
입력 2015-09-13 11: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