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돈대 케냐에 과거 반성 동상 제막

입력 2015-09-13 09:37
영국 BBC 방송 캡처

영국이 식민지 시대 케냐인들에 가한 폭력과 고문, 가혹행위를 반성하는 조형물을 케냐 수도 나이로비에 설치했다. 조형물 건립에 앞서 고문 피해자들에게는 배상금도 지급했다.

영국과 케냐 현지 언론에 따르면 12일(현지시간) 수도 나이로비의 우후루 공원에서 과거 영국 식민지배에 항거한 케냐인 키쿠유족을 기리기 위한 동상 제막식을 개최됐다.

당시 영국 식민통치 당국은 1952~1960년 비상사태를 선포하고서 봉기를 무력으로 제압, 가담자들을 체포해 고문 등 가혹행위를 자행했다.

이 기간 영국인 사망자는 32명에 그쳤으나 케냐인은 1만여 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일부 역사학자들은 케냐인 사망자 숫자를 그 두 배가 넘는 2만 명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날 동상 제막식에는 생존한 수천 명의 마우마우 독립투사가 참석해 춤을 추고 노래를 불렀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크리스천 터너 케냐 주재 영국대사는 “숙연한 마음”이라며 “이 동상이 영국과 케냐 양국 과거사에서 힘든 시기에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를 함께 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9만 파운드(1억 6500만원)가 들어간 기념 조형물은 마우마우 투사가 장총을 들고 여성 지지자로부터 음식을 건네받는 모습의 동상으로 기념비에는 “이 동상은 영국정부와 마무마우 투사, 그리고 고통받은 모든 사람의 화해의 상징”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앞서 영국정부는 지난 2013년 6월 윌리엄 헤이그 전 영국 외무장관이 “영국 정부는 식민통치 당국이 케냐인을 상대로 저지른 고문과 가혹행위를 인정하며 비난받아 마땅하다”면서5228명의 피해자에게 총 1990만 파운드(364억원)의 배상금을 지급하고 조형물을 설치하기로 약속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