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제차 수리비 왜 비싼가 했더니’ 뒷돈 알선→공임비 부풀려

입력 2015-09-13 09:49
뒷돈을 받고 고객들의 사고 차량 수리를 알선한 외제차 딜러들과 이들에게 알선료를 준 자동차정비업체가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이들의 뒷돈 거래는 외제차 수리비를 터무니 없이 비싸게하는 검은 고리로 드러났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이모(36)씨 등 외제차 딜러 17명과 정비업자 4명을 비롯해 총 21명을 자동차관리법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1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 성수동에서 수입차 전문 정비업체를 운영하는 이모(44)씨는 2012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사고차 모집책인 또 다른 이모(44)씨와 박모(28)씨 등에게 소개비를 주고 알선받은 차량 400여대를 수리해 공임비를 부풀려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결과 A정비업체 대표 이씨는 카센터 업주들인 사고차 모집책들에게 공임비용의 40%인 1억4590만원을 알선비로 지급했고, 모집책들은 이 중의 절반을 떼어 외제차 딜러들에게 차량을 소개해 준 대가로 지급했다. 사고차 모집책 이씨와 박씨 등은 자신들이 운영하는 카센터가 알선한 차량에 대해 하지도 않은 유리막 코팅 시공을 한 것처럼 시공 증명서를 위조, 보험사에 약 921만원의 보험료를 허위청구한 혐의도 받고 있다.

적발된 딜러들이 판매하는 차량은 벤츠와 BMW, 폴크스바겐, 크라이슬러 등으로 다양했다. 딜러들 중 이씨는 자신의 회사에서 작년 판매실적 2위, 올해 상반기 1위를 차지한 ‘판매왕’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딜러들은 사고차량 수리처로 공식 수리업체 대신 자신에게 돈을 준 업체로 안내했고, 차주들은 딜러를 믿고 소개받은 곳으로 수리를 의뢰했다. 사고차량 수리비는 차주가 직접 지불하는 것이 아니라 보험사가 수리업체에 지급하기 때문에 차주들은 이런 피해 사실을 몰랐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A정비업체가 사고차 모집책과 딜러들에게 줄 수수료를 포함해 수리비를 약 20∼30% 부풀렸을 것으로 추정하고, 부당 청구비용의 정확한 규모를 보험사와 함께 파악하고 있다. 경찰은 보험사 제보로 사고차 모집책 이씨와 박씨 등의 유리막 코팅 시공비 허위 청구 건을 수사하다 이들과 A정비업체, 수입차 딜러와의 유착 관계를 포착해 수사를 벌여왔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