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패션계의 거장인 비비언 웨스트우드(74)가 정부의 셰일가스 개발 허가에 반대하는 '탱크 시위'를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 집 앞에서 벌였다고 BBC방송 등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웨스트우드는 검은색 'UN' 글씨가 적힌 흰색 장갑차를 몰고 뜻을 같이하는 시위자들과 함께 영국 위트니의 캐머런 총리 사저로 몰려갔다. 옥스퍼드셔 주에 있는 위트니는 캐머런 총리의 지역구이다.
이들은 영국 정부가 셰일가스 개발을 위해 북부와 중부지역에 27개의 개발 허가권을 내준 것에 반대했다.
잉글랜드 북서부에 있는 랭커셔 출신의 할머니와 손자·손녀들이 시위에 함께했다. 랭커셔는 가장 최근에 난 셰일가스 개발 허가로 영향을 받는 곳이다.
웨스트우드는 셰일가스 개발 기술인 "프래킹(fracking·수압파쇄법)은 기후 변화를 가져올 살인마"라고 주장했다.
프래킹은 퇴적암(셰일)층에 있는 원유와 가스를 물과 화학물질, 모래 등을 이용해 뽑아내는 기술이다. 프래킹 기법이 쓰이면서 미국을 중심으로 셰일에너지 붐이 일어 국제유가 급락을 주도했지만, 단층을 반복적으로 하강시켜 지진을 유발한다거나 식수 오염 등을 일으킨다며 반대하는 주장도 거세다.
웨스트우드는 생명을 위협하는 유독성 화학물질에 대한 공포가 "프래킹에 대한 전쟁을 선언하는" 움직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중은 가만히 당하고 있지만은 않고 사력을 다해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웨스트우드가 시위하는 동안 캐머런 총리는 집에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에너지환경부는 프래킹 과정에 사용되는 화학물질은 당국의 평가를 받으며 환경이나 사람 건강에 위협이 된다면 사용 허가를 내주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웨스트우드는 펑크 스타일 패션의 창시자로서 패션 문화계에 끼친 영향력을 인정받아 1992년 대영제국훈장을 받았고 2006년 엘리자베스 여왕으로부터 작위도 받았다.
박봉규 선임기자 bgpark@kmib.co.kr
비비언 웨스트우드, 캐머런 집앞 ‘탱크 시위’… “셰일가스 개발 허가 반대”
입력 2015-09-12 1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