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걸그룹 보는 것은 합법... 미니 패션 따라하면 불법?” 단속땐 성적 모욕도 감수

입력 2015-09-12 13:23

최근 북한판 걸그룹인 '모란봉악단'해체설이 일각에 퍼지고 있는 가운데 북한과 쿠바 수교 55주년을 맞아 북한을 방문 중인 쿠바대표단을 환영하는 자리에 깜짝 등장해 건재함을 과시했다고 북한전문매체인 뉴포커스가 12일 보도했다.

악단은 축하공연으로 '관타나메라' 등의 노래를 불렀다. 모란봉악단은 한동안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아 해체설이 돌았다.

북한은 3년 전 젊은 여성들로 구성된 '모랑복 악단'을 주민들에게 전격 선보였다. 그런데 북한 주민들은 악단의 실력보다 아찔한 의상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를 계기로 북한 여성들 사이에서 '모란봉 악단'의 의상은 유행처럼 번져갔다.

장마당에서도 모란봉 악단 스타일 열풍이 불면서 배우들이 입었던 의상이 인기다. 일부 여성들은 수선집에서 몸매가 드러나는 옷을 주문했다. 북한 정권은 이러한 사례를 '풍기문란'으로 정하고, 일제히 단속에 나서고 있다고 뉴포커스는 전했다.

한 탈북자는 "모란봉 악단이 입었던 옷, 특히 몸에 꼭 달라붙는 옷을 주민들에게 직접적으로 선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 때문인지 젊은층에서 난리다. 파격적인 의상이 대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노년층은 거부반응을 보이며 정권에 불만을 표시하기도 하지만, 유행을 막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북한에서는 여성들이 짧은 치마를 입으면 정신이상자로 본다. 아직도 보수적인 면이 많다. 하지만 젊은층은 한류를 접하면서 쉽게 받아들이는 편이다. 시장에서는 일반 옷보다 몸매가 드러나는 원피스가 배로 비싸지고 있다. 말 그대로 '모란봉 악단 효과'인 셈이다.

이 탈북 여성은 “단속 규정 또한 명확해서 무릎이 보이면 안된다. 거리에서는 규찰대(대학생 중심 단속반)가 여성들의 복장을 점검한다. 단속이 되면 이유를 불문하고 응해야 하는데, 심한 경우 성적 모욕도 감수해야 한다"고 증언했다.

이어 "일부 지방 예술 단체에서 '모란봉 악단'의 의상은 물론 그들의 행동과 제스처를 모방한 공연을 무대에 올렸다. 이 공연은 상부에 보고되어 해당 책임 간부들이 줄줄이 해임됐다“고 전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