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결국 재신임 투표 ‘강행’을 결정하면서 당이 ‘주류 대 비주류’로 반쪽씩 갈라지고 있다. 거기다 자신에게 불리한 ‘전 당원 투표’를 재신임 방식으로 제시해 문 대표의 향후 거취조차 장담할 수 없게 됐다. 20대 총선을 7개월 여 앞두고 새정치연합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시계제로’의 상황에 빠진 것이다.
문 대표는 11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재신임 투표를 강행하겠다는 확고한 의사를 통보했다. 방식과 시기도 언급했다. 최고위원들이 “재신임을 재고해 달라”고 타진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최고위원 대다수가 문 대표의 결정에 강력히 반대했다. 그러나 그는 “재신임 방식은 당헌당규에 규정돼 있지 않아 대표의 정치적 행위로 결정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문 대표 측 인사는 “혁신안이든 뭐든 아무리 노력해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돼버리는 상황에서 다른 방법이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전했다. “(당내) 분란을 이어갈 게 아니라 가능한 빨리 소모적 논란들을 정리하자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것이다.
문 대표는 ‘전 당원 ARS 투표’를 재신임 방식에 포함시켰다. 지난 2·8 전당대회에서 문 대표는 당원 투표에서 박지원 의원에게 큰 폭으로 패배한 바 있다. 국민 여론조사에서 약 28% 차이로 이기며 겨우 당 대표에 오를 수 있었다. 주변에선 전 당원 투표를 재신임 방식에 포함시킨 것에 대해 우려를 전했지만 문 대표는 이 충고마저 마다한 채 강행을 선언했다고 한다. 한 당직자는 “대표가 워낙 확고했다”며 “당내 모두가 승복하고 수긍하는 방식으로만 혼란을 불식시킬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했다.
문 대표의 불신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제1야당이 내년 총선을 목전에 두고 한치 앞도 가늠할 수 없는 안개 속으로 빠졌다는 말이 나온다. 문 대표 측은 재신임을 받고 더 강력한 ‘혁신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생각이다. 총선 선거대책위원회를 꾸리더라도 현 지도부를 총선 때까지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 대표가 불신임되면 현재의 당내 갈등은 급격하게 신당·분당론으로 바뀔 개연성이 높다. 문 대표가 물러나면서 당이 비대위 체제로 변화하고, 당 주류와 비주류는 비대위원장 인선을 놓고 혈투를 벌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내년 총선 공천에 필수 역할을 담당할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 구성마저 무기한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
당 내 비주류 측은 ‘문재인 불가론’에 이어 ‘재신임 불가론’을 연일 외치고 있다. 문 대표의 재신임 여부와 당의 총선 필승은 전혀 별개의 문제라는 주장이다.
문 대표가 재신임에 성공한다고 해도 당이 통합과 화합으로 귀결될 가능성도 낮아 보인다. 한 비주류 의원은 “(문 대표가) 재신임을 받는다고 해도 이후 상황이 통합으로 갈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사퇴하고 조기 전당대회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게 더 나은 해답”이라고 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문재인 대표, 최고위원들 반대에도 재신임 투표 강행 배경
입력 2015-09-11 1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