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같은 내 돈을 들이지 않고 주택을 매입하는 '무피투자'와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여러 채 사모으는 '전세깡패' 등 최근 높은 전셋값 때문에 주택시장에서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1일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김태원 의원(새누리당·고양 덕양을)이 서울 강서구의 J아파트(150가구) 전셋값과 매매기록을 분석한 결과 2012년 단 한 건의 매매도 없던 이 아파트는 2013년 하반기부터 현재까지 37건의 매매가 이뤄졌다. 올들어서만 17건이 거래됐는데 전세가율은 85%에 달한다.
특히 37가구 가운데 실수요자가 매입한 사례는 단 2가구였다. 35가구가 투자목적으로 매입했으며 이중 28가구는 전세를 끼고 산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낀 매매가 몰리면서 이 아파트 전셋값은 올들어서만 약 4000만~5000만원이나 급등했다는 게 김 의원 설명이다. 새 집주인은 경남·부산·전남·충남·울산 등 주소지도 다양했다.
김 의원은 "전세난에 무주택자의 불안심리를 이용해 전세가를 최대한 올리려는 의도가 노골적"이라며 "문제는 조직적 투기세력들이 전셋값을 최대한 매매가에 맞추려다보니 이사를 가거나 무리해서라도 대출을 받아 계약을 연장하는 등 전세난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 이런 방법으로 500만~2000만원 밖에 들이지 않고 아파트를 샀다는'무용담'이 인터넷 카페에 넘쳐난다는 게 김 의원 설명이다. 이를테면 매매가 2억원에 전세시세는 1억5000만원인 곳이 있다면 부동산 중개업자 등과 짜고 전셋값을 1억9000만원까지 올린 뒤 정작 본인은 1000만원만 투자해 집을 사는 '무피투자'가 기승이다.
더 큰 문제는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전세깡패' 세력이 있다는 것. 이들은 전셋값과 매매가 차이가 적은 아파트를 선별해 여러 채를 사들인다. 집을 매입한 뒤엔 전세 품귀를 악용, 보증금을 대폭 올려 내놓는다. 적은 비용으로 아파트를 사들인 후 가격이 오르면 시세차익을 받고 되파는 것이다.
이들은 특정 부동산업자들을 통해 주로 거래하는데 지역별로 분포해 있는 이 업자들은 회원들의 의뢰를 받으면 부풀린 전세가로 세입자를 받아 투자금을 최소화시켜 주는 식이다.
김 의원은 "부동산 투기조짐은 사전에 차단하지 않으면 걷잡을 수 없는 만큼 정부는 정확한 실태 파악과 함께 대책을 마련해야 된다"며 "부동산시세 등을 관리하는 산하 공공기관이나 협회에게 일정부분 감독기능을 부여하는 것도 방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전세 깡패, 무피 투자를 아시나요?” 전셋가격 급등 기현상
입력 2015-09-11 1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