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에서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박재완 성균관대 국정관리대학원장이 11일 감사원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박 원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감사원혁신 국제세미나 기조연설에서 "국회의 감사 청구나 청와대의 주문·청부에 따라 감사원의 기획·표적감사가 궤도를 벗어난 사례가 없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치권 등의 요청이나 압력에 의해 감사의 독립성이 훼손되는 경우 과잉감사의 경향이 나타나기도 한다"며 "대의 민주주의가 성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감사원이 진영 논리의 대리전장으로 전락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이어 "감사에 대한 정치권의 입김을 최소화하고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며 "국회 감사 청구와 청와대의 주문·청부감사는 최소한의 수준에서 선별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원장은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국정기획수석과 고용노동부 장관,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로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나 해외자원개발 감사 결과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감사원은 지난해 7월 4대강 사업에 대해 "대운하를 염두에 뒀다"고 밝히고, 지난 7월에는 해외자원개발에 대해 "성과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감사 결과를 내놓아 정치적 파장이 일은 바 있다.
박 원장은 "감사원장 후보자 추천위원회를 운영해 중립성 시비를 불식하고 감사원장과 감사위원 임기를 정권 임기보다 긴 6년으로 연장해야 한다"며 "청와대에 파견하는 감사관 수도 줄여서 불필요한 오해를 ?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원장은 향후 감사원의 혁신 방향과 관련해 "지적과 처벌 위주의 과잉감사를 하면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적발보다는 예방, 그리고 평가와 행정 환류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정 환류기능은 국정을 운영하고 정책을 추진하는데 평가를 하고 평가 결과를 다시 사업에 반영하는 기능이다,
데이비드 워커 전 미국 감사원장은 "감사원은 전통적인 감시 기능과 사업평가를 통한 분석 기능을 넘어 잠재적 위험을 감지하고 정책의제를 발굴하는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예산낭비나 부정과 남용 등에 심각하게 노출된 분야를 고위험 영역으로 지정해 관리해야 한다"며 "재정규모가 확대되고 행정의 복잡성이 증대된 만큼 감사원이 공공부문 혁신과 재정사업의 건전성 제고 등을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라미로 멘도사 전 칠레 감사원장은 "시민들이 직접 감사를 제안하는 '감사원 시민 포털'을 개설하고 시민의 의견을 적극 수용하는 등 혁신을 추진해 칠레 감사원의 신뢰를 회복했다"고 소개했다.
이번 행사는 감사연구원 개원 10주년 기념 세미나로 열렸으며, 미국과 칠레의 전 감사원장,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 관계자, 국내외 감사 담당자 등 150여명이 참석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감사원 표적·기획감사, 궤도 벗어났다” 박재완, 감사원에 쓴소리
입력 2015-09-11 1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