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시리아 난민들 문제는 전세계의 숙제다

입력 2015-09-11 20:29
3살 꼬마 아일란 쿠르디의 죽음으로 북아프리카·중동 난민 사태의 참혹성이 드러나고 있다.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올해 지중해를 건넌 중동·아프리카 난민은 38만 명이 넘는다. 이중 지중해를 건너다 사망한 사람은 2800명에 달한다. 사망자 53%가 시리아 난민이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난민 사태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쿠르디의 비극으로 빗장을 걸었던 유럽이 움직이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한시적이다. 대책이 늦을수록 난민들의 죽음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 9일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시리아의 인접국으로 피신한 난민은 총 400만명이다. 이중 터키가 가장 많은 194만명, 레바논 112만명, 요르단이 63만명, 이라크가 25만명을 수용하고 있다. 이집트도 13만 명의 시리아 난민을 받아들였다. 이런 가운데 레바논에서 난민 사역에 힘쓰고 있는 A선교사(순복음선교회)가 국민일보에 소식을 보내왔다. A선교사는 “선교사들과 현지 교회들이 선한 사마리아인처럼 난민들의 상처를 싸매고 돌봐주고 있다”고 말했다. 선교사 A씨가 전하는 사역 현장을 소개한다.



레바논의 시리아 난민, 그들은 누구인가

레바논은 성경 속에서 백향목으로 유명한 나라이며 작고 아름다운 경관을 가졌다. 중동의 유일한 기독교 국가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자유로운 복음 제시가 가능하다. 레바논 시리아 난민은 비공식적으로 200만명까지 살고 있다고 전해진다. 이들은 한국 돈 500원 정도로 하루를 산다.

A선교사에 따르면 시리아 난민은 모두 세 부류이다. 첫째는 시리아 아랍인으로 주로 수니파 무슬림들이다. 이들은 레바논 동부 베카 계곡에 거주한다. 시아파 무슬림은 베이루트 시내에 주로 거주한다. 둘째는 시리아 쿠르드족이다. 쿠르드족은 나라 없는 세계 최대 종족으로, 시리아 북부의 세 지역(아프린, 코바네, 카 무슐리)에 살다가 레바논으로 건너왔다. 이들은 이슬람이라는 종교적 정체성보다 종족 정체성이 더 강하다. 이 점은 복음을 받아들일 가능성을 넓혀준다. 실제로 레바논에는 카 무슐리와 아프린 출신 쿠르드족이 모이는 쿠르드교회가 있을 정도이며 신자들은 스스로 제자훈련을 하고 있다.

셋째는 앗시리안을 비롯한 전통 기독교인이다. 내전 발생 이전 시리아 기독교인은 6.3%(2010년)에 달했다. 그러나 오랜 내전과 이슬람국가(IS)의 잔학한 통치가 이루어지면서 수많은 시리아 기독교인이 피신했다. 시리아는 사도 로마가 인도에 복음을 전하기 전부터 복음을 전한 역사적 기원을 갖는다. 모든 앗시리아인은 기독교인으로 알려져 있다.

난민들의 거주 유형도 세 가지다. 집의 종류를 결정하는 것은 경제적 여건이다. 가장 가난한 난민들은 말 그대로 텐트에서 지낸다. A선교사에 따르면 레바논에는 유엔에서 지정한 공식 난민촌이 없다. 따라서 난민들은 임대료 650달러(1년)를 내고 천막을 설치한다. 텐트 제작비도 본인 부담이라고 한다. 텐트에 비해 벽돌집은 튼튼하다. 겨울에 비바람이 불어도 쓰러지지 않으며 눈보라가 쳐도 추위를 막아준다. 주로 기존 폐가를 개조하거나 창고, 닭장 등을 고쳐서 사용한다. 임대료는 평균 2000달러 수준으로, 가족 내에 일을 하는 사람이 있거나 고정 수입이 있는 난민들이 산다. 벽돌집의 장점은 상하수도 시설이다. 도시 내 임대주택은 형편이 가장 좋은 난민들이 살고 있다. 수도 베이루트를 비롯한 도시에서 사는데 임대료를 아끼기 위해 분가한 형제들이 같이 지내거나 친구들끼리 집을 공유하기도 한다. 큰 집의 경우 매월 600~700달러의 임대료를 낸다.



열린 기회 새로운 도전, 난민 사역

“17세 때 혼자 레바논에 오게 되었습니다. 첫 직장에서 회사 동료가 처음으로 예수님에 대해 알려줬고, 성경과 코란이 어떻게 다른지 설명해주었습니다. 이전까지 종교와 영생에 대해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를 믿게 된 이후로 모든 것이 변했습니다. 삶의 목표가 변했고 내 성격이 변했습니다. 그러나 난민으로서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합법적으로 직업을 가질 수도, 여행을 떠날 수도 없습니다. 난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법적으로 보통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주님께서 인도하시는 대로 나의 삶이 쓰임 받을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레바논에서 예수를 영접한 시리아 쿠르드족 출신 무슬림의 간증이다. A선교사는 “시리아 난민사역은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철저한 준비와 리서치가 필요하다”며 “난민들의 출신 배경이나 학력, 재력에 따라서 사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구호품을 나눠주고 사진 찍는 방식이 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A선교사는 현재 난민센터를 운영하며 3가지 사역에 집중하고 있다. 우선 어린이 교실로 난민 어린이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주고 있다. 대부분의 난민 어린이들은 글을 모르고 간단한 셈도 못한다. 이들에게 기초 학교 교육을 제공하고 특별활동으로 찬양과 말씀을 가르치고 있다. 둘째는 인도주의적 난민촌 구호 활동으로 정기적으로 난민촌을 방문하며 물품을 제공하고 있다. A선교사는 발목이 부러져 평생 걷지 못할 상황에 있던 소년의 수술을 지원했고, 유산된 지 2주가 지나도 몰랐던 임산부를 돕기도 했다. 셋째는 시리아 청년들을 위한 제자훈련이다. 제자훈련은 일종의 신학교 과정으로 2,3년 후에는 제자훈련을 마친 사람들을 유럽이나 기타 난민들이 많은 나라로 파송한다는 계획이다.

난민 사역은 한인, 외국인 선교사들과 협력하고 있다. 또 현지 교회와 시리아 쿠르드 난민 출신 리더그룹과의 협력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현지 교회는 난민센터를 합법적으로 운영하는데 필요한 허가와 법률적 지위를 제공한다. 레바논 침례교회에 속한 기독교센터의 경우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대부분의 무슬림 난민들은 이곳에서 처음으로 기독교를 접한다고 한다. S지역 현지교회와 Z지역 현지 교회의 봉사 활동은 무슬림들에게 희망이 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선교사는 “난민들은 봉사자들의 친절과 사랑에 마음을 열고 기독교의 하나님은 사랑이라는 메시지를 알게 된다”며 “수많은 난민들이 이 센터를 통해 복음을 듣고 제3국으로 떠난다. 이런 선순환은 지금도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교회가 난민 사역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준비와 리서치가 필요하고 시리아인들의 다양한 종족과 문화적 배경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인내와 기도, 지혜가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