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나귀’ 박보영 “첫 키스씬, 영상 찾아보면서 공부 했죠”…kmib가 만난스타

입력 2015-09-12 00:10
엄지영 기자

(인터뷰①)



7년 만에 드라마로 찾아온 박보영은 여전히 사랑스러웠다. 그런데, 사랑스럽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오나귀’에서 박보영은 소심한 주방보조 나봉선과 음탕한 처녀귀신 신순애, 1인 2역을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배우로서 끝이 어딘지 알 수 없는 그, 박보영을 이태원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마지막촬영을 하고 집에 왔는데 잠이 너무 안 왔어요. 그래서 계속 뒤척였죠. 예전에는 그냥 끝나면 ‘너무 힘들었어’ 이러고 잤는데, 이번에는 몸은 피곤한데도 불구하고 잠이 안 왔어요.”

작품에 대한 여운이 진하게 남은 만큼, 그는 순애와 봉선이를 쉽게 떠나보내지 못한 것 같았다.

“아직 작품에서 완전히 빠져나오지 못 했어요. 제 지금 말투가 빠른 것도 빙의된 봉선이 말투에 익숙해져서 그런 거예요. 봉선이 대사가 워낙 양도 많고 말도 빨리 해야 됐거든요.”

‘순애’와 ‘봉선’이, 각각 정 반대인 두 캐릭터에 완전히 녹아들었던 그녀에게 그 비법을 물었다.

“그냥 상상의 인물을 빙의했으면 다른 방법이 있었을 텐데, 슬기씨(김슬기)에게 빙의됐어야 했기 때문에 슬기씨가 가장 도움이 많이 됐어요. 너무 고맙게도 슬기씨가 모니터를 해서 무의식중에 제가 하는 버릇들을 그대로 따라 해 저희 둘이 하나가 된 것처럼 보이게 노력했어요. 또 저도 슬기씨 버릇을 따라 하면서 좀 더 서로 비슷하게 만들어가려고 했어요.”

그는 1인 2역을 하며 재미도 있었고 동시에 힘들기도 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촬영을 하면서 너무 재미있었는데 힘들었던 건 순서와 상관없이 장소별로 몰아서 찍어야 해서 봉선이를 연기 했다가 순애를 연기했다가 해서 힘들었어요. 현장에서 스태프들이 제 컨디션에 따라 ‘너 오늘은 봉선이야?’, ‘오늘은 순애구나!’라고 놀리곤 했어요.”

정신없이 순애와 봉선 역을 오가며 촬영을 했던 그에게는 나름의 연기 철칙이 있었다. 그녀는 ‘순애와 백퍼센트 똑같은 봉선이’를 연기한다기보다, ‘순애와 비슷한 봉선이’를 연기하려고 했던 것이다. 드라마 막바지에 봉선이가 순애 같이 보였다는 질문에 그는 자신이 연기를 잘 못해서 그런 것이라며 자책했다.

“그렇게 느끼셨다면 제 연기가 부족했던 거예요. 저는 봉선이가 원래 모습보다 밝아진 모습을 표현하려고 했어요. 근데 이게 너무 순애처럼 보이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순애랑은 다르게 보이려고 노력했는데, 저도 보면서 순애 같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잘못한 거예요.”

1인 2역 뿐 아니라 진한 스킨십 또한 큰 화제가 됐다. ‘국민 여동생’, ‘순수함’, ‘사랑스러움’ 등 스킨십과는 거리가 먼 이미지의 박보영이 첫 키스씬을 소화해냈을 때, 시청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촬영할 때 현장에서 얼굴이 빨개져서 애를 많이 먹었어요. 그래서 ‘난 빙의된 거야, 난 순애야’라고 계속 생각하면서 찍었어요.”

“처음에는 키스신 영상을 찾아보면서 공부도 하고 그랬는데 막상 모니터를 하려고 보니까 부끄러워서 보기가 힘들더라고요. 마음의 준비가 안됐던 건 사실인 것 같아요. 그래도 다음에는 이번보다는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엄지영 기자 acircle121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