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암환자 개명시켜 땅주인 행세 시킨뒤 대출사기 치려다 덜미

입력 2015-09-11 08:51
말기암 환자를 100억원대 토지 소유주 이름으로 개명시킨 뒤 땅 주인 행세를 하며 수십원 규모의 대출을 받으려던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조작한 토지 관련 서류를 담보로 40억원의 대출을 받으려 한 혐의(사기 미수)로 황모(53)씨와 박모(58)씨를 구속하고, 이들 일당에게 명의를 빌려준 또 다른 박모(60)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들은 점조직으로 운영되는 전문 토지 사기단의 일원이었다. 총책과 땅 물색 담당 ‘땅꾼’, 서류 위조책 ‘공장’, 서류·자금 전달책 ‘바람막이’, 명의 대여자 모집책 ‘바지팀장’ 등으로 역할을 나눠 점조직 형태로 움직이며 범행을 치밀하게 계획했다.

황씨는 땅꾼, 박씨는 바람막이였다. 이들은 1984년 7월 이전에는 부동산 등기신청을 할 때 주민등록번호 입력이 의무사항이 아니었다는 점을 악용해 등기부등본에 주민등록번호가 적혀 있지 않은 땅을 물색해 범행대상으로 삼았다. 경기도 화성의 공시지가 기준 100억원 대에 이르는 15만㎡ 규모 토지를 발견해 땅 주인과 성이 같은 박씨 성을 가진 명의 대여자를 찾았다.

명의 대여자 박씨는 간암 말기 환자로, 공원에서 우연히 만난 이들 일당에게 억대 사례금을 약속받고 지난해 8월 땅 주인의 이름으로 개명했다.

대출에 필요한 주민등록초본 위조까지 마친 이들은 6월 29일 제2금융권인 캐피탈 회사에 땅을 담보로 40억원대의 대출 계약을 체결하려 했다가 주민등록초본 발급 날짜가 계약 당일이어야 한다는 조건을 미리 알지 못해 계약은 불발됐다.

박씨와 황씨는 위조 서류를 다시 준비하면서 동시에 경기도 안양에서 비슷한 범행을 하려다 이미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 중이던 경찰에 이달 2일 붙잡혔다.

황씨와 박씨는 각각 사기 등 전과 15범과 7범이었으며, 범행이 발각되면 얼마 안 가 병으로 숨질 가능성이 큰 명의 대여자 박씨에게 모든 것을 떠넘길 계획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