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자식 못 이깁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10일 국회에서 가진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한 뒤 긴 한숨을 내쉬었다. 둘째 사위가 마약 상습투약으로 구속되고도 양형기준 이하의 형을 받았다는 언론보도에 이어 국정감사장에서도 ‘봐주기 논란’이 일자 직접 해명에 나선 자리였다. 얼굴엔 수심(愁心)이 가득했다. 새누리당 대권주자로서 몸값을 높이던 자신이 가족사 때문에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보다는 가족이 받을 상처에 대한 걱정이 앞선 표정이었다.
김 대표는 “혼인 날짜까지 정해진 상황에서 사위의 마약 전과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며 “재판이 끝나고(지난 2월7일) 한달 정도 지나서야 알게 됐다”고 했다. 그는 이어 “부모 된 마음에 (결혼을 앞둔) 딸에게 ‘이 결혼은 절대 안 된다. 파혼이다’라고 설득했는데, 우리 딸이 내 속을 썩인 일이 없었고 걱정을 끼친 일이 없었던 모범적 자식이고 공부도 아주 잘했다”면서 “사랑한다고 울면서 꼭 결혼을 하겠다는데 방법이 없었다”고 했다. 김 대표는 이 과정에서 사위도 과거 잘못을 깊게 뉘우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사위가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을 많이 했다”면서 “앞으로 사위가 건전한 삶을 살 것으로 믿고, 이 일이 이 부부에게 상처가 안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유력 정치인의 인척이어서 양형기준 이하의 형을 받았다는 보도에 대해 “요즘에 정치인 가족이라고 하면 더 중형을 때리지, 봐주는 판사를 본 적 있느냐”며 “정치인 인척이라서 양형이 약해졌다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기사”라고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정치권에선 김 대표가 ‘보수의 아이콘’ 이미지였기 때문에 이번 가족사 문제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일각에선 이 같은 위험을 감수하고 딸의 결혼을 허락한 김 대표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 대표의 둘째 사위인 이상균(39) 신라개발 대표는 지난해 12월 코카인과 필로폰, 엑스터시, 대마 등 마약류를 15차례 투약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징역 3년형이 구형됐고, 동부지법은 지난 2월 이 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이로부터 여섯 달 뒤인 지난달 26일 김 대표의 차녀인 현경(32)씨는 서울 워커힐 호텔에서 이 씨와 결혼식을 올렸다. 이 씨는 충북의 재력가인 이준용 신라개발 회장의 아들이다.
야당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무부 국감에서 이 사건 판결문과 공소장 원본 등 제출을 요구하며 공세를 폈다. 법무부가 개인정보 보호 등을 이유로 자료 제출에 난색을 표하자 “열람이라도 하게 해 달라”는 요청까지 나왔다.
한장희 양민철 기자 jhhan@kmib.co.kr
김무성, 딸 고집에 마약 전과 사위 결혼 허락
입력 2015-09-10 22: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