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멋지네”… 강정호는 어떻게 홈런볼을 돌려받았나

입력 2015-09-11 00:07 수정 2015-09-11 00:13
강정호의 만루홈런볼을 주운 피츠버그의 팬이 트위터에 올린 사진과 글.

신시내티 원정경기에서 자신의 메이저리그 첫 만루홈런을 기록한 강정호(27·피츠버그 파이어리츠)는 어떻게 홈런볼을 돌려받을 수 있었을까. 행운도 작용했고, 기념볼 챙겨주기에 너나 할 것 없이 나서는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분위기도 큰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는 행운이었다. 강정호가 쳐낸 만루홈런볼을 잡은 사람은 다행히도 원정팀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팬이었다. 이 팬은 홈런볼을 잡은 후 피츠버그 구단의 공식 트위터 계정에 “내가 잡았다(I caught it)”이라는 멘션을 보냈다. 피츠버그 구단은 “굉장하다(That's awesome!)이라고 화답했다.

두 번째는 홈팀 신시내티와 강정호의 소속팀 피츠버그의 공조였다. 피츠버그 구단은 강정호가 홈런을 친 후 즉각 홈 구단인 신시내티에 홈런볼 회수 요청을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얼마 지나지 않아 홈런볼을 받은 팬은 다시 트위터에 “피츠버그에 강정호의 홈런볼을 돌려줬고 대신 신시내티의 (스타인) 조이 보토의 사인볼을 받았다”는 내용을 올렸다. 신시내티 구단 직원이 이 팬에게 피츠버그 구단에 전할 테니 홈런볼을 넘겨달라고 해서 승낙을 받고 대신 신시내티의 최고 스타인 조이 보토의 사인볼 등을 답례로 증정한 것이다.

이 팬은 사인볼과 경기 티켓, 가이드북, 피규어 등 자신이 신시내티 구단으로부터 받은 답례품 사진을 공개하며 “이봐 레즈(신시내티의 팀명), 선물 보내주고 환대해줘 고마워!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곧 접촉할거야”(Hey @Reds, thanks for reaching out, for the swag, and the hospitality tonight! @Pirates did DM me, I'll be in touch!)라는 글을 남겼다.

신시내티 구단은 홈런볼을 습득한 피츠버그의 팬이 강정호의 사인볼을 얻고 싶어한다는 것을 확인한 뒤 피츠버그 구단 트위터에 “이 팬이 강정호의 사인볼 얻는 걸 도와줄래?”(@Pirates Could you help get this fan a Kang signed ball?)라고 요청했다. 피츠버그 구단은 “이미 준비해놨어. 고마워”(@Reds Yep. Already on it. Thanks guys!)라고 신시내티 구단에 화답했다.

피츠버그 구단은 또 홈런볼을 습득한 팬에게도 트위터로 “걱정하지 마. 우린 그걸(강정호 사인볼 준비를) 하고 있어”(No worries. We're on it.)라고 연락했다.

이 과정을 지켜본 야구팬들은 “선수에게 의미 있는 기념구를 챙겨주기 위해서, 또 기꺼이 기념볼을 증정하는 팬을 위해서 두 구단이 공조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감탄했다. “너무 멋지다”거나 “역시 메이저리그”라고 치켜세우는 팬도 있었다. 아울러 강정호에게도 “한·미 양국에 엄청난 팬을 갖고 있고, 의미 있는 기념볼도 모두 갖게 돼 복이 많은 선수”라고 축하를 보냈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