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국정감사 설악산 케이블카 보고서와 멸종위기종 산양 놓고 설전

입력 2015-09-10 18:02
“산으로 간 4대강사업, 4대산(山)사업. 환경부는 심의기관인 환경부가 골키퍼 자리를 내주고 사업자로 변신해 골이 들어가도록 안내했다. ‘환경파괴부’로 이름 바꿔라.”(심상정)

“사업이 시행되면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윤성규 환경부 장관, 정연만 차관, 이민호 국장, 김보환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은 환경파괴자로 역사가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우원식)

“최악의 환경부장관께 질의 드리게 된 거 아닌가 우려스럽다. 친일은 나라를 팔아먹는 것이지만 환경파괴는 미래를 팔아먹는 일로 친일보다 심각한 죄다.”(은수미)

“경제와 환경 두 마리 토끼 잡을 수 있는 친환경적인 결정. 수많은 사람들이 설악산을 짓밟아 파괴하는 것보다 케이블카가 환경 파괴를 최소화하고 지역 경제도 활성화시킬 것이다.”(권선동)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환경부 국정감사에서는 설악산 케이블카를 둘러싼 날선 공방이 펼쳐졌다.

◇누락·조작? 허점 많은 보고서=야당 의원들은 설악산 케이블카 관련 경제성분석보고서의 허점을 꼬집었다. 강원도 양양군은 지난 7월 13일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가 작성한 경제성분석보고서를 환경부에 제출했다.

우원식·이인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경제성분석보고서의 절차적 완결성을 지적했다. 경제성 검토만 하고 사회적 비용 편익분석은 외부 검증을 받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국립공원위원회 가이드라인은 ‘경제성 검토 및 사회적 비용편익분석 등이 포함된 비용편익분석보고를 당해 공원관리청이 지정한 외부전문기관의 검증을 받아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우 의원은 양양군이 환경성 등에 대한 분석이 빠져 있던 이 보고서에 ‘오색삭도 운영에 따른 사회적 편익’ ‘CVM기법을 활용한 삭도설치 가부에 따른 가치 측정’ 등을 넣어 마치 KEI가 전부 분석한 것처럼 고쳤다고 주장했다. 그는 “환경부는 이 경제성분석보고서가 조작된 사실을 알고도 넘어갔다”고도 말했다.

이 의원도 이런 점을 들어 이번 결정은 법률적 효력이 없다고 분석했다. 이에 윤 장관은 “가이드라인은 법규명령이 아니다”라는 답변을 반복했다. 이 의원은 공법도 문제 삼았다. 이 의원은 “양양군이 헬기를 이용한 친환경 공법으로 시공하겠다고 하는데 국내에 헬기로 케이블카 지주를 설치할 수 있는 조종사가 없다”며 “국립공원위원회는 주요 공법을 제대로 검토 안하고 회의에서 한 번 언급하고 넘어갔다”고 말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양양군이 제출한 경제성분석모델 A안을 보면 인건비가 월급 7만원으로 도출된다”며 “이 월급에 일할 사람을 어디서 구할 것이냐”고 물었다.

심 의원과 장하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환경부가 사업 승인의 핵심 자료인 민간전문위원회 검토 보고서를 국립공원위원회 회의 당일 배포된 점도 꼬집었다. ‘15일 전에 소집된 회의 자료는 3일 전에 배포해야 한다’는 위원회 운영규정 위반이라는 지적이다. 장 의원은 “회의 자료를 당일 아침에 배포되는 바람에 일부 위원들은 노선도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산양(山羊)이 문제로다=해당 지역이 멸종위기종 1급인 산양의 ‘주요 서식지’인지도 화두가 됐다. 은수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양양군·환경부·국립공원관리공단·환경단체 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케이블카 설치지역 주변이 모두 산양 서식지인데 ‘멸종위기종의 서식지를 회피하라’는 가이드라인을 지켰냐”고 물었다. 윤 장관은 “주요 서식지, 산란처 등을 최대한 회피하라는 것이지 절대적으로 회피하라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은 의원이 해당 지역을 주요 서식지로 인정하는지 거듭 묻자 윤 장관은 “전문가들이 주요 서식지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므로 위원회 결론을 존중한다. 내가 전문가를 의심하고 질문할 정도로 전문적이지 않다”고 답했다.

이자스민 새누리당 의원은 “핵심 지역에 산양의 흔적이 있긴 하지만 배설물이 넓게 분포된 지역이 별로 없어서 산양의 주 서식지로 보기 힘들다”고 반박했다. 또 “송전탑을 설치한 지역에도 공사 기간이 지나면 산양이 돌아와 서식하므로 케이블카 설치가 산양에게 치명적이지 않다”고도 말했다.

강원도 강릉을 지역구로 둔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은 “최근 환경부가 한 가장 잘한 결정”이라며 “산양의 주 서식지라고 주장하려면 설악산 전체를 조사해보고 주장해야 한다. 케이블카에 반대하는 환경단체 조사를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 몽블랑, 스위스, 독일, 미국 등지에도 케이블카가 많이 설치돼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장하나 의원은 “스위스 티틀리스산, 프랑스 몽블랑은 국립공원이 아니고 스위스와 미국에는 케이블카가 있는 국립공원이 단 한 곳도 없다”며 “중국 장가계는 국립공원이자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지만 유네스코가 케이블카를 철거하지 않으면 지정을 철회하겠다고 해서 철거 비용을 논의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반박했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