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에서 10일 중진 의원용퇴론 또는 적진 출마론이 다시 제기되면서 인적쇄신론이 재점화됐다.
하지만 비주류측이 궁극적으로 자신들을 겨냥한 친노(친노무현) 진영의 수순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 문재인 대표의 재신임 추진으로 야기된 파문을 진화하기는 커녕 계파갈등에 기름을 끼얹는 양상이 됐다.
혁신위원회 최인호 혁신위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하고 친노 좌장격인 이해찬 전 총리를 향해 "총리님의 '한 석'보다 '우리 당의 열 석'을 위한 결단을 내려주는 게 제일 큰 어른의 역할"이라며 사실상 총선 불출마를 요청하고 나섰다.
최 혁신위원은 '친노' 인사로 통하고 있어 비주류 일각에서 거론된 '이해찬 용퇴론'과는 그 파급력과 결이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최 혁신위원은 노무현정부의 청와대 부대변인을 지내고 오랫동안 부산 사하갑지역위원장을 맡아온 부산파 친노그룹의 핵심으로 통한다.
최 혁신위원의 회견이 주목을 끄는 또다른 이유는 혁신위발(發) 인적 쇄신의 신호탄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다.
혁신위는 그동안 인위적 물갈이가 적절치 않다며 공정한 경선룰 마련이라는 제도개혁에 활동의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지만 한편으론 중진 용퇴, '86(80년대 학번, 60년대생)세대' 하방 등 인적 쇄신 필요성도 꾸준히 제기해온 게 사실이다.
혁신위는 기회만 생기면 선당후사, 백의종군, 결초보은을 강조하면서 제도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중진이나 86그룹 의원들이 살신성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취했다.
이동학 혁신위원은 지난 7월 "86그룹이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했던 국민은 이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 선배들에게 허탈함을 느끼고 있다"며 86세대들에게 쉬운 지역구를 버리고 험지로 내려가라는 '적진 차출론'을 주장했다.
여기에 더해 최근 혁신위원인 조국 서울대 교수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제도혁신을 하고 마무리 단계에서 제도를 넘는 혁신에 대한 얘기를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언급해 인적쇄신 문제를 건드릴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런 맥락에서 이날 최 혁신위원의 회견을 시작으로 마지막 혁신안 발표가 예정된 24일까지 혁신위로부터 인적 쇄신 주장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최 혁신위원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다른 혁신위원들도 생각과 판단이 있을 수 있으니 기다려보자"며 "이 전 총리 문제부터 얘기하는 것이 순서에 맞고 진정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 혁신위원은 "지금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지만 특정인을 표적처럼 해서 하진 않을 것"이라며 "납득할 수 있는 기준과 카테고리를 통해 제도를 넘는 혁신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당내에서는 최 혁신위원의 회견이 결국 비주류 물갈이를 위한 전초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또 문재인 대표의 재신임 카드 제시 이후 비주류가 조기전대론으로 역공에 나서자 최 위원이 문 대표 보호 차원에서 '이해찬 불출마론'으로 응수하며 총대를 멨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당장 비주류 내에서 최 혁신위원이 같은 계파인 이 전 총리 문제를 끌고나온 것은 결국 비주류를 치기 위한 각본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즉 이 전 총리가 불출마를 하게 될 경우 곧이어 비주류 핵심인 중진들에게도 사퇴압박을 가해올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른바 '이해찬 논개론'이다.
비주류 조경태 의원은 "최 혁신위원이 진정성을 보이려면 이 전 총리가 아니라 문 대표 사퇴와 백의종군을 주장했어야 한다"며 "문 대표는 당내 계파가 없다고 했지만 친노 계파가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준 것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했다.
비주류의 한 초선의원도 "문 대표 거취가 가장 문제가 되는데 이 의원 불출마로 물타기하려는 것"이라며 "이 의원 불출마가 문제의 중심은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오전 국정감사에 참석했던 이 전 총리는 최 혁신위원의 회견 이후 오후 늦도록 국감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 전 총리 측은 "할 말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이해찬 2선 후퇴 촉구..논개론?” 野혁신위, 친노發 용퇴론 재점화
입력 2015-09-10 1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