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재신임’ 승부수가 친노(친노무현)계 대 비주류의 ‘계파 전쟁’ 후폭풍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비주류 진영은 문 대표 제안을 ‘꼼수’라 비판하며 ‘조기 전당대회론’으로 맞불을 놓았고, 친노 진영은 이를 “잿밥에만 관심 있는 극소수의 의견일 뿐”이라며 의미축소에 총력을 쏟고 있다.
비주류의 이종걸 원내대표는 10일 기자들과 만나 “진정성 있고 효과적인 재신임 방법은 조기 전대를 통해 당원의 뜻을 묻는 방식”이라며 “국정감사 종결 시점에 대안으로 거론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표가 언급한 ‘기초선거 정당공천 여부 결정방법’은 일반국민 여론조사 비율이 50%이기 때문에 ‘재신임’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게 비주류 측의 판단이다.
공동대표를 지냈던 안철수, 김한길 의원 등 비주류 대표주자들도 문 대표 비판에 적극 가세했다. 전날 문 대표의 제안을 “실망스럽다”고 평가했던 안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지금은 문 대표의 미래를 걱정할 때가 아니라 당의 미래를 걱정할 때”라며 “국감 이후에 정리된 생각을 밝히겠다”고 했다. 김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절망이 기교를 낳고 기교 때문에 또 절망한다”는 일제시대 소설가 이상의 글귀를 인용하며 문 대표를 공격했다. 김 대표 측 관계자는 “정치를 크게 보지 못하고, ‘자잘한 수’를 동원하는 행태에 대한 우회적 비판”이라고 전했다.
문 대표 기자회견 직후 “충정으로 이해한다”고 했던 박지원 의원은 하루 만에 태도를 선회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혁신안의 중앙위 통과 압박용으로 지도부와 상의도 없이 재신임 방법마저 스스로 결정하려는 것은 마라톤코스를 자신이 정해놓고 자기가 뛰려는 것과 같다”며 “국정감사를 성공시켜 당의 모습을 국민 속에 각인시켜야 할 중차대한 시기에 결과적으로 청와대를 도와주는 이번 처사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재신임 방법으로 전당대회 개최를 주장했다.
반면 친노 진영은 조기 전대 요구를 ‘극소수의 의견’이라며 일축했다. 친노 핵심 인사이자 문 대표 최측근인 노영민 의원은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재신임 되지 않으면 임시전대로 가면 되는데, 지금 단계에서 전당대회를 요구하는 것은 일단 대표를 흠집내고 보자는 발상”이라며 “잿밥에만 관심 있는 당내 극소수 의견일 뿐”이라고 했다. 문 대표 본인도 언론 인터뷰에서 “(조기 전대는) 당을 정말로 아끼는 방안이 아니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런 와중에 친노계 내부에서 좌장격인 이해찬 의원의 내년 총선 불출마 촉구가 터져 나왔다. ‘김상곤 혁신위원회’ 내 친노 인사인 최인호 혁신위원은 국회 기자회견에서 “친노와 비노의 싸움을 종식시킬 계기를 만들어달라”며 “(이 의원의) 백의종군 선언을 듣고 싶다”고 했다. 이 의원에게 20대 총선 불출마는 물론 정계 은퇴까지 요구한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최 위원은 개인의견이라고 밝혔지만, 당 일각에선 문 대표 재신임과 리더십 확립을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외교부 국정감사에 참석한 이해찬 의원은 최 위원 제안에 대한 생각을 밝히지 않았다. 이 의원은 ‘백의종군 요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국민일보 기자의 질문에 “나는 언론 인터뷰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승욱 문동성 기자 applesu@kmib.co.kr
문재인 재신임 후폭풍…비주류 진영 문 대표 제안 ‘꼼수’라 비판
입력 2015-09-10 16: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