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식당’의 두 작가… 마나베 카츠히코와 최대웅의 만남

입력 2015-09-10 18:10

음식에는 인생이 담겨 있다. 음식은 종종 위로나 격려를 준다. 소박하게 차려진 식탁에서 누군가는 감춰둔 비밀을 꺼내기도 하고, 응어리를 풀어내기도 하고, 묻어뒀던 용기를 끌어내기도 한다. 음식을 앞에 두고, 진심으로 귀 기울이는 이가 있다면 이야기는 더욱 풍성해진다. 음식과 사람, 그리고 들어주는 누군가가 있는 곳이 바로 ‘심야식당’이다.

일본 만화가 아베 야로 작품 ‘심야식당’의 인기는 드라마와 영화로 확장됐다. 음식이 갖고 있는 묘한 매력과 음식을 매개로 이야기를 엮어가는 스토리텔링의 힘에서 비롯됐다. 심야식당에서는 먹을 것 앞에서 자유로워지고 평등해지고 소통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만화의 인기는 일본을 넘어 한국에서도 드라마와 영화로 이어졌다.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심야식당’도 일본 만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이었다. 비슷한 시기 일본 영화 ‘심야식당’은 한국에서 131만 관객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일본 영화와 드라마 ‘심야식당’을 쓴 마나베 카츠히코 작가와 한국 드라마 ‘심야식당’의 최대웅 작가가 1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만났다. 카츠히코는 “원작이 있는 작품을 하다보면 원작을 훼손시켰다는 항의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리메이크를 할 때 마니아층을 무시할 일은 아니더라도 마니아층을 너무 의식해야 하는 것도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또 “한국판 심야식당에 스트리퍼 등이 출연하지 않은 것은 원래 심야식당에 다양한 사람들(사회적 약자이거나 소외받는 사람들)이 나온다는 점에서 아쉬운 점”이라고 덧붙였다. 심야식당이 흥행에 성공한 이유에 대해 그는 “‘이런 식당이 있으면 가서 피로를 풀고 싶다. 쓰러지기 직전에 나를 살려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게 해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심야식당은 새로운 천국”이라며 “모든 고민을 요리로 해결해주니 색다른 형태로 표현된 천국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최대웅은 원작이 있는 드라마를 쓰는 것을 ‘줄타기’에 비유했다. 그는 “리메이크도 줄타기를 잘 해야 하는 것 같다. 만화 원작자와 많은 이야기를 했는데 마스터(식당 주인)를 확정하지 말라는 것과 현장에서 이야기를 듣는 듯 해달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