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방경찰청이 이금형 서원대 석좌교수(전 부산지방경찰청장)가 최근 펴낸 책을 홍보하고 나서 논란이다. 경찰 내부에선 이 전 청장이 압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지난 8일 부산경찰 페이스북에는 “좋은 내용의 책이 있어서 소개하려고 한다”는 글과 함께 ‘공부하는 엄마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라는 제목의 책 소개가 올라왔다. 지난달 31일 이 전 청장이 펴낸 책이다. 여성의 몸으로 보수적인 경찰 조직에서 실력을 인정받아 첫 여성 치안감에 이어 치안정감에 오르기까지 겪은 난관과 이를 극복한 성공 신화가 담겨있다.
이 전 청장은 고졸 순경 출신이다. 35세에 방송통신대에 들어가 6년 만에 졸업하고 40대에 동국대 경찰행정학과에서 석사 학위, 50대에 같은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바쁜 경찰 생활 중에도 세 딸의 교육에 힘써 각각 최연소 행정고시 합격, 하버드대 연구원, 치과 의사로 키워냈다. 이 전 청장은 책에서 장애물이 생길 때마다 특유의 ‘엄마 리더십’으로 자녀를 키우고, 경찰 업무를 도맡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문제는 지난해 12월 제복을 벗은 이 전 청장의 책이 나온 지 일주일 만에 경찰이 ‘알아서’ SNS를 통해 홍보 이벤트를 벌였다는 점이다. 신청자 중 5명을 뽑아 책을 증정하는 행사를 진행했다가 경찰들 사이에서 “윗선에 아부하는 것이냐”는 비난이 일자 부산경찰은 현재 해당 게시물을 삭제했다. 부산 경찰 관계자는 “예전에도 퇴임한 경찰이 책을 내면 소개하는 행사 등을 했다”며 “책 내용도 좋고 해서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소식을 접한 일선 경찰들은 말이 안 된다는 반응이다. 서울의 한 경찰서 관계자는 “전직 경찰이 책을 쓴 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 이렇게 알아서 홍보를 하느냐”며 “영화 베테랑의 대사처럼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고 했다. 다른 경감급 경찰은 “부산 경찰이 SNS 홍보 잘한다고 소문이 나더니 알아서 엎드리는 것도 참 잘하는 것 같다”며 “고위직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대대적으로 소문내진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 전 청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해서 “전 기관 직원들이 성의로 알아서 올린 것 같다. 내가 시킨 게 아니다”며 “책으로 벌어들인 수익도 청소년 단체 등에 기부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이금형 전 부산경찰청장 책 홍보 논란… SNS 이벤트까지
입력 2015-09-10 1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