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53사단 예비역 병장이 ‘사랑의 가위손’

입력 2015-09-10 14:45

전역 후에도 후배 전우들의 이발을 위해 매월 부대를 찾는 ‘사랑의 가위손’ 예비역 병장 김승규(23)씨가 주위에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육군 53사단 예하 해운대연대에서 지난 6월 전역한 김씨는 부산 동래구 유명 헤어샵의 헤어디자이너로 활동 중이다.

김씨는 전역 후에도 한 달에 한 번 부대를 찾아 후배 전우들의 이발을 해주면서 군생활의 추억담을 늘어놓는다. 부대 내 이발소에는 이발을 하러 온 후배들과 옛 전우를 만나러 온 병사들의 발걸음과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김씨는 현역 시절 화기소대 박격포 분대장이었고, 책임감이 강해 궂은일도 마다않고 늘 밝은 미소로 분대원들을 이끌던 모범 병사였다.

입대 전 고교에서 미용을 전공한 그는 분대장 역할 외에도 자신의 주특기를 발휘해 일과시간 이후에는 매주 40~50여명에 달하는 전우들의 이발을 정성스레 해주었다.

김씨의 손을 거쳐 간 전우들은 불과 10분여 만에 깔끔하고 멋진 모습의 군인으로 변신한다. 200명의 전우를 이발하면 부대에서 주어지는 3박4일의 포상휴가도 미뤄가면서 그가 전역할 때 까지 이발한 횟수는 무려 4000여 회에 달한다. 김씨는 전역 전날까지도 중대원들의 이발을 위해 후배 전우들에게 이발 기술을 가르쳐주는데 정성을 다했다.

이런 그가 전역 후에도 중대를 찾는 이유는 옛 전우들과 후배들의 머리를 깍아주는게 삶의 작은 행복이기 때문이다. “군생활간 이발을 하면서 소심하고 낯을 가리던 성격이 밝아졌고, 선·후임과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성공적인 군대 생활을 할 수 있었다”는 김씨는 “이발 봉사는 남을 위한 것 보다는 오히려 나 자신에게 더 큰 행복감을 준다”고 말했다.

성민석(22) 병장은 “전역 후에도 우리를 잊지 않고 찾아와 이발까지 해줘서 정말 고맙고 머리 손질도 잘하지만 후배들을 아끼는 그의 따뜻한 마음씨는 더 멋지다”고 감사의 말을 전했다.

중대장 이동환(34) 소령은 “현역 시절에도 항상 서로 배려하고 단결된 모습을 강조했었는데 이렇게 전역 후에도 전우들과 좋은 인연으로 이어져 뿌듯하다”며 “앞으로도 서로를 위하는 따뜻한 부대 분위기 속에서 활기차고 신바람 나는 병영문화가 이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