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의 색깔 지운 아이패드 프로 시장에서 성공할까

입력 2015-09-10 10:03
고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2010년 1월 아이패드를 발표할 때 무대에 설치된 소파에 앉아서 아이패드를 시연했다. 아이패드가 거실에 앉아서 인터넷 서핑을 하고 전자책을 읽는 콘텐츠 소비용 기기라는 정의를 내린 것이다.

잡스는 2007년 아이폰을 발표하면서 스타일러스(전자펜)에 대한 혐오감을 드러냈다. “누가 스타일러스를 쓰냐”면서 “손가락이 최고의 포인팅 디바이스”라고 강조했다.

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빌 그레이엄 시빅 오디토리엄에서 열린 애플 신제품 공개 행사에서 애플은 잡스의 정의를 뒤집었다.

애플은 12.9인치 크기의 아이패드 프로를 이날 발표했다. 애플 제품 중 유일하게 전년 대비 판매가 줄어든 아이패드의 돌파구를 용도 변경으로 설정했다. 애플은 아이패드 프로가 콘텐츠 소비용 기기가 아닌 업무에 사용하는 생산 도구라는 성격을 분명하게 규정했다. 현재 아이패드가 일반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매력을 주지 못한다는 판단 하에 개척할 여지가 많은 업무용 시장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애플은 아이패드 프로와 함께 스타일러스인 애플펜슬을 선보였다. 잡스가 그토록 혐오하던 스타일러스다. 애플은 애플펜슬도 더 많은 정교한 작업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잡스가 스타일러스를 싫어하던 이유 중 하나는 휴대성이 나쁘다는 점이었다. 애플펜슬은 아이패드 프로에 내장하는 형태도 아니다. 별도로 들고 다녀야 한다. 잡스의 관점을 완전히 배제한 제품이다. 오로지 생산성 향상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어도비 관계자가 무대에 올라 아이패드 프로 시연을 한 것은 제품의 성격을 명확하게 강조한 것이다. MS는 아이패드용 오피스를 시연했고, 어도비는 사진 편집, 문서 레이아웃 등을 하는 장면을 보여줬다.

아이패드 프로는 12.9인치 화면에 2732x2048 해상도(264ppi)를 갖췄다. 무게는 와이파이 전용 모델이 713g, LTE+와이파이 모델이 723g으로 아이패드 에어보다 무겁다.

미국 기준으로 32GB 와이파이 모델이 799달러, 128GB는 949달러다. LTE+와이파이 모델은 128GB만 나오며 1079달러다. 애플펜슬은 99달러, 스마트 키보드는 169달러다. 아이패드 프로는 11월 중에 판매될 예정이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