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뢰도발 문책설 북한군 수뇌부 3인방 건재...황병서 박영식 리영길 공연 관람

입력 2015-09-10 09:58

일각에서 지뢰도발과 포격도발에 책임을 지고 문책을 당했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북한군 수뇌부 3인방이 모두 건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군 서열 1위인 황병서 총정치국장과 2위인 박영식 인민무력부장(우리의 국방장관), 3위인 리영길 총참모장 등 군 수뇌부 3인방은 9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청년중앙예술선전대 공연 관람을 수행했다.

이들 북한군 수뇌부 3인방이 동시에 김정은 제1위원장의 공개활동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달 28일(보도날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가 열린 이후 처음이다.

당시 북한은 이 확대회의에서 "당 중앙군사위원회 일부 위원들을 해임 및 임명하였으며 조직문제가 취급되었다"고 발표해 군 수뇌부의 인사 이동이나 도발 문책 가능성에 시선이 집중됐다.

지뢰도발로 남북한 군사적 긴장이 격화되면서 북한이 전방지역에 '준전시상태' 등을 선포한데 이어 남북 고위 당국자 접촉이 열려 북한의 유감 표명을 담은 '8·25합의'가 극적으로 이뤄지면서 군부 인사 경질론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군 수뇌부 3인방이 김정은 제1위원장의 공개 활동에 공식 수행한 것이 확인되면서 일부 대북 소식통들이 주장해온 북한군 수뇌부 문책설이 성급한 분석이었음이 드러났다.

서열 역시 황병서, 박영식, 리영길 순으로 종전과 같았다. 여전히 리영길 총참모장보다 서열이 앞선 박영식 부장은 8·25 합의 전날 열린 '선군절' 중앙보고대회에서 보고자로 나서 정치적 위세를 과시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28일 열린 당 중앙군사위 확대회의에서는 그동안 잦은 군 수뇌부 및 군수공업부문 간부의 교체에도 충원되지 않았던 구성원을 정비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황병서 총정치국장과 박영식 부장이 당 중앙군사위 확대회의에서 총정치국장에서 당비서로 자리를 옮긴 최룡해와 현영철 처형으로 공석이 된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자리에 올랐을 가능성이 있다.

또 8·25 합의 이후 남쪽에서 경질 가능성이 높은 군 수뇌부 1순위로 지목된 김영철 정찰총국장도 현직을 유지하고 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북한이 8·25 합의에서 유감을 표명하고서도 여전히 지뢰도발에 '오리발'을 내밀고 있는 만큼 김영철을 좌천시킬 경우 오히려 이를 인정하는 셈이어서 보직을 유지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중앙군사위원인 김영철 정찰총국장이 아직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지만 서열상 주석단에 앉을 가능성은 크지 않아 시간이 좀 더 지나야 좌천 여부가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만약 문책을 당했다면 지뢰도발에 대한 책임보다는 준전시상태에 따른 대응 과정에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생하면서 이에 대한 처벌이 이뤄졌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고위층 출신 탈북자는 "준전시 기간에는 평소의 전투준비나 병참 등의 미비한 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음주 등 간부들의 처신 문제로 준전시 종료 후 처벌을 받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도 "북한이 여전히 지뢰도발을 부인하고 있어 군 간부들에게 책임을 묻지는 않을 것 같다"며 "준전시 기간의 동원 상태를 결산하면서 좌천이나 계급장 강등 같은 처벌은 가능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