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탄저균 못 잡는 제독제 구매에 32억원 투입” 실제 제독 효과 불투명

입력 2015-09-10 09:37

국방부가 북한이 보유한 탄저균 등 생화학 공격에 대비할 목적으로 지난 5년간 예산 32억원을 투입해 유독성 제독제를 구매했지만 실제 제독 효과는 불확실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0일 국회 국방위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백군기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제독제 구매현황' 자료에 따르면 국방부는 DS-2 제독제 구매에 2011년부터 올해까지 32억8천150만원을 투입했다.

DS-2 제독제는 화학·생물학 작용제에 오염된 차량이나 전차를 제독하는 데 사용하는 제독제다. 그러나 탄저균과 같은 포자에 대한 제독효과가 미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 의원은 DS-2 제독제의 낮은 제독효과는 군에서도 이미 인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군 화생방방호사령부가 지난해 4월 발간한 '합동 화생방 기술정보' 제53호에 게재된 '탄저포자에 대한 군용제독제의 제독효과 연구'에 따르면 DS-2 제독제는 대장균과 같은 세균에는 60.9%~85.7%까지 제독효과를 보이지만, 탄저유사균에 대해서는 50.4~75.9%, 탄저유사균 포자에 대해서는 30.4% 이하의 제독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백 의원은 "북한이 대량으로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탄저균에 대한 효과가 불확실한 제독제를 계속 구매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DS-2는 제독 대상 장비를 작동불능 상태까지 만들고 인체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1990년 미 회계감사국(GAO)이 낸 '국방부는 제독제 목록에서 DS-2를 제외해야 한다'는 제목의 보고서는 DS-2 제독제가 미 육군이 운용하는 M1 전차의 전자장비와 광학장비를 작동불능 시키는 것으로 명시하고 있다고 백 의원은 덧붙였다.

백 의원은 "DS-2는 장비를 작동불능 상태로 만들고 환경과 인체에 유해하기 때문에 미군은 2008년부터 사용을 중단하고 친환경 제독제로 교체한 실정"이라며 "우리 군도 작전에 지장이 없도록 새로운 제독제 도입이나 개발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합참은 30년 이상 지난 문서라 파기한 상태라서 제출이 어렵다고 답변했다"며 "군수물자에 대한 작전요구 성능도 모르고 관성적으로 구매하는 행태는 없어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