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토토 근절하겠습니다!” 하면 끝?… 너무 아쉬운 KBL의 보여주기

입력 2015-09-09 19:59
프로농구연맹(KBL) 제공

한국 프로농구연맹(KBL)의 불법 스포츠도박 근절을 위한 자정결의 대회를 놓고 뒷말이 나오고 있다. 구체적인 징계 규정을 마련하지 못한 채 선언과 다짐 수준으로 사태의 무마를 시도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KBL은 10일 오전 9시30분 서울 강남구 건설공제회관에서 10개 구단 소속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임직원, KBL 사무국 임직원, 심판 등 프로농구 관계자들을 모두 불러 불법행위 근절을 다짐한다고 밝혔다. 지난 8일 승부조작과 불법 스포츠 도박으로 전·현직 프로농구 선수 12명이 입건되자 향후 재발 방지를 약속하겠다는 취지다.

KBL은 불법 도박으로 입건된 선수들에게 ‘기한부 출전 보류’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이런 수준의 대처로는 불법 도박이 근절될 것이라는 확신을 보여주기 어렵다. 농구팬들 사이에서 “눈앞의 불을 끄기에 바빠 보인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KBL은 강동희·전창진 전 감독 등의 승부조작 사태를 겪은 후속 대책으로 자진신고 포상제, 불법행위 예방교육, 팬 모니터링 제도, 윤리강령 제정 등을 꺼냈다. 당시에도 불법 행위의 뿌리를 뽑겠다고 나섰지만 큰 변화는 없었다.

KBL은 승부조작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최강의 선수기용’과 같은 규약을 운운하는 것도 승부조작이나 불법 도박을 근절하는 데 마땅한 대처 방안으로 보이지 않는다. 불법 행위와 관련된 명확한 징계 규정을 확립해야 할 시기다. 징계 수위는 결국 연맹이 판단할 문제다. 징계 규정이 있다면 사안에 맞게 처분하면 된다.

KBL은 리그 흥행을 위해 경기 규칙을 곧잘 바꿔왔다. U파울 등 경기 관련 규칙은 수차례 바뀌고 적용되기를 반복했다. 개막을 코앞에 두고 외국인 선수 2인 동시 출전제를 검토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정작 문제가 되는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명확한 징계 규정이 없으니 모호한 대처 방안을 만들고 있다.

불법도박 사태로 농구팬들은 충격을 받았다. 야구나 축구보다 상대적으로 마니아층으로 구성된 종목이어서 충격은 컸다. 팬들은 인상을 찌푸릴만한 불법행위에도 그 자리를 지켜왔다. 그래서 징계 규정이 없는 구호와 다짐은 농구팬들에게 공허할 수밖에 없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