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천송이 코트’ 발언으로 규제개혁 상징이 된 ‘액티브엑스’(ActiveX)’ 퇴출이 정작 정부·공공기관 내에서는 요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 부처 및 공공기관 홈페이지 4000여 곳에서 여전히 액티브엑스가 쓰이고 있고, 이중 67%는 국민생활과 밀접한 대민업무 관련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웹 표준 역할을 하는 정부 홈페이지의 이용환경 개선 속도가 늦어 국민의 규제개혁 체감도가 낮다는 지적이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조해진 의원실이 9일 입수한 ‘행정·공공기관 홈페이지 엑티브엑스 현황’ 자료에 따르면 중앙부처 41곳, 지방자치단체 및 교육청 각 17곳, 공공기관 315곳 등 390개 기관이 운영 중인 홈페이지 1만2013개 중 액티브엑스 사용 홈페이지가 4058곳(33.78%·지난 5월 기준)에 달했다. 기관 1곳당 평균 10개 이상의 엑티브엑스를 활용하는 셈이다. 특히 이들 중 절반 이상인 2733곳(67.3%)은 대민업무 관련 홈페이지로 조사됐다.
엑티브엑스 퇴출은 박 대통령이 공식석상에서 세 차례나 강조한 대표적인 규제개혁 사업이다. 미래창조과학부도 이를 최대 중점사업 중 하나로 정하고 2017년까지 민간 100대 웹사이트에서 엑티브엑스 퇴출률 90%를 목표로 했다.
그러나 정작 주무부처인 미래부조차 44개 홈페이지 중 20곳에서 엑티브엑스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래부 산하 공공기관 역시 109곳에서 해당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었다. 학생과 학부모들이 자주 이용하는 교육청의 경우 전체 1253곳 홈페이지 중 759곳(60.5%)에서 엑티브엑스가 발견됐다.
미래부 관계자는 “정부부처 및 공공기관 홈페이지는 전자정부법에 따라 행정자치부에서 담당하고 있다”며 “행자부에서도 2017년까지 없애기로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액티브엑스는 웹브라우저가 지원하지 않는 각종 결제, 인증, 보안 등의 기능이 동작하도록 하는 별도 프로그램을 말한다. 그러나 해킹, 악성코드 유입 등 보완에 취약해 국제적으로도 사라지는 추세다. 마이크로소프트(MS)사 역시 지난 7월 새 운영체제(OS) ‘윈도10 엣지’를 출시하면서 액티브엑스 지원을 중단했다. 그러나 주요 부처들은 엑티브엑스 기반 홈페이지에서 벗어나지 못한 탓에 이용객들에게 ‘윈도 업그레이드 자제’를 요청하는 혼란까지 빚어지고 있다.
조 의원은 “정부 및 공공기관이 솔선해 액티브엑스 퇴출에 나서야 민간도 따라온다"며 "정부가 대체 프로그램 개발·보급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단독] “엑티브엑스 퇴출하자며?”… 정작 정부만 느릿느릿
입력 2015-09-09 20:28 수정 2015-09-09 20: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