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퍼가세요” 얼굴없는 천사가 놓은 ‘동네 쌀독’… 훈훈한 감동

입력 2015-09-09 17:52

얼굴없는 천사와 ‘동네 쌀독’에 얽힌 사연이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서울 금천구 독산3동 주민센터에서 지난 6일 당직 중이던 최모 주무관은 ‘동네 쌀독’을 점검하다 쌀독 옆에 검은 가방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동네 쌀독’은 도움이 필요한 이웃이 언제라도 쌀을 가져갈 수 있도록 쌀을 채워놓은 쌀독이다. 올 7월부터 독산3동에서 시범 운영되고 있다.

최 주무관이 발견한 가방에는 ‘어려운 사람에게 나눠 드리겠습니다. 도움을 받은 사람(人)’이라는 글이 적힌 쪽지와 함께 쌀이 가득 담겨 있었다. 최 주무관은 “요즘 세상에 너무도 많은 일이 있어 사실 검은 가방을 봤을 때는 깜짝 놀랐다”면서 “그러나 쪽지를 보고 두 배로 돌아오는 ‘마법 쌀독’이라는 생각에 저 역시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찾아가는 동 주민센터’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동네쌀독’은 기부를 받는 측에도, 기부를 하는 측에도 부담을 주지 않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중 전남 구례군 운조루 ‘타인능해’(他人能解)에서 힌트를 얻어 동 주민센터에 설치하게 됐다고 시는 설명했다.

서울시는 동네 쌀독을 운영한 지 한달 정도밖에 안됐지만 이를 통해 어려운 지역주민을 돕고자 자발적으로 쌀을 기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9일 밝혔다. 시는 시범 운영을 거쳐 내년부터는 전 자치구로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엄의식 서울시 복지정책과장은 “동네 쌀독에는 나누고자 하는 마음만 있으면 누구나 기부할 수 있고 또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쌀을 가져갈 수 있다”면서 “많은 시민의 관심으로 나눌 때마다 감동이 커질 수 있도록 관리에 심혈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 온라인 편집= 박상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