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재신임 카드’라는 승부수를 띄운 것은 4·29 재보선 패배 이후 계속된 당 내부의 ‘지도부 흔들기’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자신의 리더십을 줄기차게 공격했던 비노(비노무현)계에 대한 역공이자, 친노(친노무현)계 지키기라는 것이다.
문 대표는 지난달부터 재신임 여부를 묻는 방안을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회견 일정도 전날 이미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단순히 16일 중앙위원회에서 ‘김상곤 혁신위원회’의 혁신안 통과를 위한 승부수가 아니라 당을 흔드는 ‘소수세력’을 겨냥한 메시지라는 분석이다. 혁신안을 놓고 팽팽히 맞서는 계파분쟁 상황이 비노계의 탈당 러쉬가 이뤄질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의 발로로도 여겨진다. 재신임 카드로 배수진을 쳐, 자신에 대한 반대세력을 일거에 제압하겠다는 복선이 깔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직접 탈당·신당·분당을 언급하는 당내 인사들을 향해 “금도를 넘었다” “심각한 해당행위”라며 강력 비판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파악된다. “더 방치하면 당이 정상적으로 유지되기 어렵다”고 한 역시 마찬가지다. 문 대표 측 관계자는 9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혁신안의 중앙위 통과를 목적으로 한 메시지가 아니다”라며 “혁신이 실패하면 대표의 리더십이 무너지고, 그러면 총선과 정권교체를 이룰 수 없다는 대표의 절박한 상황인식에서 나온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문 대표 진영에선 비노를 겨냥했다는 해석을 극히 경계하는 모습이다. 당 관계자는 “누군가를 지적한 것은 아니다”라며 “4·29 재보선 이후 계속된 당의 분열상을 극복하기 위해 대표의 거취를 걸고 전체 의지를 모으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기자회견을 연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문 대표는 자신의 퇴진을 요구하는 이들의 주장을 SNS를 통해 반박하자는 일각의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표는 재신임이라는 ‘배수의 진’을 침과 동시에 현재 당을 떠나 있는 야권 세력을 향해서는 ‘러브콜’을 보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총선 승리를 위한 총력체제, 재창당에 가까운 뉴 파티(New Party)비전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표는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무소속 천정배 의원과 정동영 손학규 전 의원과 함께 연석회의를 구성하자’는 정세균 의원의 제안에 대해 “아주 공감이 가는 제안”이라며 “특별히 의논한 바 없지만 저도 100% (동의한다)”고 말했다.
한편 새정치연합은 공천혁신안의 당무위원회 의결까지 극심한 진통을 겪었다. 오전 최고위원회의는 이례적으로 시작 11분 만에 비공개로 전환됐다. 혁신안은 격론 끝에 당무위에 상정됐지만 비노계의 불만이 쏟아졌다. 주승용 최고위원은 “(문 대표가) 밀어붙이기식으로 당무위에 상정 됐다”며 “(문 대표가) 반대 의견을 묵살했다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혁신안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밝혀 온 안철수 의원은 신당설 발원지인 무소속 천정배 의원과 전격 회동했다. 안 의원은 천 의원에게 “총선 승리와 정권교체를 위해 힘을 합쳐 함께 하자”고 제안했고, 천 의원은 안 의원에게 자신이 추진 중인 신당 합류를 요청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현재 새정치연합 상황과 관련해 “이대로는 안 된다. 혁신위로 당을 살릴 가망이 없다”는데 인식을 같이 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문재인 재신임 승부수 배경
입력 2015-09-09 17: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