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정부 또 셧다운 위기…태아장기 매매 의혹에 정부예산 지원중단 요구

입력 2015-09-09 17:35
미국 연방정부가 의회의 예산승인 거부로 문을 닫는 ‘셧다운’이 2년 만에 재연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다음달 1일부터 시작되는 2016 회계연도 정부예산이 이달 30일까지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연방정부 기능은 중단된다. 정파간 갈등과 대립구도가 반복되면서 정부예산안이 의회에서 볼모로 잡히는 일이 올해도 벌어질 조짐이다.

◇태아의 장기 매매 의혹이 불씨=‘미국가족계획연맹(Planned Parenthood Federation of America)’이 태아의 장기를 불법매매했다는 의혹이 정부예산안 심사 거부로 이어졌다. ‘의학진보센터(Center for Medical Progress)’라는 낙태반대단체는 미국가족계획연맹 협력회사 직원의 인터뷰를 담은 동영상을 공개하면서 낙태로 얻은 태아의 장기 매매가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의혹은 보수단체들의 항의시위로 이어졌다.

가족계획연맹은 사실을 부인했지만 장기 매매 의혹은 정치적 쟁점으로 불거졌다. 전통적으로 낙태를 반대하는 공화당은 가족계획연맹에 대한 정부예산 지원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미국가족계획연맹은 지난해 5억4060만 달러(약 6442억원)의 정부예산을 지원받았다. 가임여성의 피임과 임신 진단, 낙태 시술 등을 지원하는 가족계획연맹은 미 전역에 820개 건강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500만명의 여성이 가족계획연맹의 시설을 이용했다. 이용자의 75%가 극빈자 가정의 여성이었으며, 26%는 10대들이었다.

◇점점 커지는 셧다운 우려=태아의 장기매매 의혹이 충격을 주긴 했지만 애당초 공화당 지도부는 이 문제로 연방정부를 셧다운으로 몰아붙일 생각은 없었다.

2013년 오바마케어(건강개혁법)를 저지하기 위해 셧다운을 불사했으나 막상 연방정부가 문을 닫으면서 불편을 겪은 시민들의 불만이 커지자 공화당 지도부에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끝내 오바마케어도 저지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지면서 셧다운은 실패한 전략이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지난해에도 오바마 대통령의 이민개혁을 저지하기 위해 셧다운을 위협무기로 꺼내들었지만, 후폭풍이 두려워 결행하지는 못했다.

이 때문에 ‘공화당의 1인자’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올해는 셧다운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내 반발이 거셌다. 특히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 같은 공화당의 대선후보가 당 지도부에 서한을 보내 ‘가족계획연맹에 대한 정부 지원은 중단돼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예산심사가 중단됐다.

미 의회는 이달 중 이란핵협상 표결을 마쳐야 하고 프란치스코 교황의 첫 방미와 의회연설을 소화해야 한다. 이런 일정 등을 감안하면 정부예산안 협상을 위해 양당 지도부가 머리를 맞댈 시간은 8~11일에 불과하다.

더구나 공화당 내부에서 베이너 하원의장에 대한 탄핵시도가 일어나는 등 지도부의 장악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도 셧다운을 피하기 위한 협상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