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 개발 기금인 아시아인프라은행(AIIB)의 초대 총재로 지명된 진리췬 전 중국 재정부 부부장이 9일 서울 세종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한국 기업인들과 만났다. 진 총재지명자는 “한·중 국교 수립 이전인 1984년에 한국을 처음 방문했는데 한강에 12개의 다리가 있는 것을 보고 인프라 투자의 중요성을 깊이 깨달았다”고 친근감을 표시했다. 2시간이 넘게 이어진 강연과 간담회, 기자회견 내용을 주제별로 정리했다.
AIIB 설립 일정
2013년 10월 시진핑 주석이 처음 아시아 인프라 투자를 위한 은행 설립을 언급한 이후 올해 초 57개국의 창립회원국 가입과 협정문 작성으로 구체화됐다. 연말까지 아시아지역을 중심으로 한 회원국의 협정문 서명과 지분 50% 이상의 합의로 출범할 계획이다. 창립총회를 올해 안에 베이징에서 개최할 계획이다. 고무적이다.
한국이 다자간 국제기구의 창립멤버된 것은 AIIB가 처음으로 안다. 외부 이해당사자와 NGO들과도 공개 워크샵을 개최하고 있다. 환경보호, 이주민 정착, 인프라 투자, 환경 프레임워크 등 모든 사안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기준을 가진 다자기구로 만들어 모든 관련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게 중요하다.
모든 회원국들이 주인의식 가지고 모든 창립회원국가들이 소유하는 ‘우리의’ 은행이라 생각하고 있다. 외부에서도 가입하겠다고 대기하는 나라 많다. 조만간 70개국 이상 회원국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국제적 다자개발기구 될거라 생각한다.
인프라 투자 계획
왜 아시아 바깥의 나라들도 AIIB 가입을 원할까. 아시아 위해 인프라 투자가 이뤄지면 기본 프레임워크가 되고 다른 지역에도 파급효과 있을 것을 다 예상하고 있다. 유라시아는 거대한 땅덩어리다. 엄청난 기회다. 서로 연결해 경제 교역관계를 크게 강화할 중요한 기회다. AIIB는 아시아 인프라 파이낸싱을 주도하는 기구지만 역외로도 효과가 파급된다는 것을 각 나라들이 잘 알고 있다.
내년초부터 프로젝트 준비에 들어가 내년 중에 파이낸싱이 시작될 것으로 기대한다. 아시아는 항상 빨리빨리 움직인다. 오래 기다릴 생각 없다. 빨리 투자 포트폴리오를 키우려 한다.
환경보호와 인프라 투자의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본다. 개발도상국은 개발이 있어야만 환경보호가 가능하다. 한계에 몰린 가난한 이들은 내일 먹을 것을 걱정하느라 환경 문제에 신경을 쓸 수 없다. 먹을게 없어서 나무를 베어 먹는 사람들을 내 눈으로 직접 보았다. 인프라 투자를 통해 사회경제적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 주민들의 생계 걱정을 덜어주면 그들이 환경 보호의 최고 수호자가 될 것으로 본다. 실제 투자 프로그램은 녹색경제를 구상하고 있다. 도로여건을 개선해 매연 문제를 개선하고, 전력망을 개설해 송전손실을 줄이면 발전소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석탄 발전도 무조건 안되는게 아니라 가스처럼 깨끗하게 운영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이 있으면 된다. 우리가 선진국가의 친환경 기술 이전을 개도국에게 해주는 좋은 파트너가 되길 바란다.
아시아의 상황
제가 1984년 처음 한국 방문했는데, 수교전이었다. 당시 한국이 인프라를 어떻게 개발했는지 보고 놀랐다. 당시 한강에는 다리가 12개가 되더라. 중국에 비해서 상당히 인프라가 많았다. 그 뒤 중국이 세계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 등 국제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 한국의 뒤를 이어 인프라 투자를 시작했다. 중국 경제도 그 투자 덕분에 성장을 구가하기 시작했다. 당시 중국은 항구나 철도, 발전소 등 인프라가 매우 낙후돼 있었는데 지금은 상당히 투자가 이뤄졌다. 인트라 투자는 경제 발전의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중국과 한국 같은 성공사례가 아시아 여러 국가에서 재현되길 바란다. 인프라 투자는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아시아는 파이낸싱이 부족하고 빈부 격차 문제가 심각하다. 아시아에서만 앞으로 10년동안 8조 달러 정도의 인프라 투자가 필요하다. 짧은 시간 안에 격차를 좁히기 위해서는 효율적인 파이낸싱 매커니즘이 필요하다.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왜 새로운 다자간개발은행이 필요한가’라는 것이다. 과거 IMF나 IBRD도 이런 질문을 받았다. 시대에 따라 새로운 도전 과제와 새로운 니즈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그 시대의 니즈를 충족해야 한다. 세계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의 공헌이 그동안 아시아에서도 필수적이었지만, 이제 새로운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본다. 현존하는 다자간개발금융기구(MDB)는 다른 시대에 설립된, 다른 맥락에서 다른 니즈에서 생겨난 기구들이었다. 지금 아시아의 도전을 직면하기 위해 새로운 기구가 필요하다.
AIIB 운영
AIIB 창립멤버들은 지금까지의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최첨단의 운영을 지향하는, 전과는 다른 특징을 가진 새로운 MDB의 가족이 될 것이다. AIIB는 투명성, 개방성, 독립성, 책임성을 원칙으로 삼는다. MDB의 특징을 갖추면서도 민간 분야에서 성공 거둔 기업의 특성도 반영해 공공과 민간 양쪽 장점을 가져올 것이다. 강력한 책임성과 효율성을 추구하고자 한다.
AIIB는 투명성 개방성과 함께 실적과 결과물에 주력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선진혁신기관으로 인식되고자 한다. 선한 세계시민으로서 파트너가 되고자 한다.
구체적으로 AIIB는 간소화(LEAN)한 구조를 추구한다. 수평적인 구조를 갖추겠다. 청렴(CLEAN)한 기구가 되겠다. 부패는 제로톨러런스를 적용한다. 아시아국가가 세계 일류 개발기구를 설립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 새로운 아시아의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중요하다. 필수적인 요소다. 또 녹색(GREEN) 경제를 추구한다. 인프라 투자하면서 동시에 환경 개선하려는 노력할 것이다.
인재 채용
최고의 역량을 갖춘 인력을 채용할 것인가. 그렇다. AIIB 비회원국 국민도 활동하는데 아무런 제약이 없다. 회원국이 아닌 국적의 인력도 이미 활동하고 있다. 최고의 전문인력을 공개적 투명하게 채용할 것. 관심 있으신 분은 저희 웹사이트를 참고해달라. 한국인들도 참여해주길 바란다.
북한 미국 일본
AIIB는 포용적이다. 아시아의 어느 나라든 환영한다. 북한도 한 나라다. 꼭 돕고자 한다. 북한이 AIIB 회원이 되고자 한다면 협정문에 나와 있듯이 세계은행과 ADB의 회원이어야 한다. 그 선결조건은 IMF 멤버십이다. 이런 다자기구의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국제사회가 해당 국가의 거시경제 정책을 이해하고 개발 프로젝트를 파악하는게 중요하다. 즉 경제 정보의 공개가 필수적이다. 1980년대 중국이 세계은행에 가입할 때 이런 정보를 다 공개했다. 북한도 MDB 회원국이 되기 위해선 이런 기본적인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미국 일본과는 많은 대화를 가져왔다. 포용성과 개방성은 중요하다. 어떤 국적의 기업도 AIIB의 프로젝트에 입찰할 수 있다. 민간 자본이건 어디건 문을 닫지 않을 것이다. 자본시장에 문을 열 계획이다. 일본과 미국 투자가 모두 관심이 높을 것으로 본다.
중국 경제
위안화와 관련해 중국 중앙은행은 시장에 기반해 금리와 환율을 조율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최근의 위안화 평가절하는 그 과정의 자연스러운 일부이다. 시장경제로 가는 과정이다. 시장에서의 변동은 자연스럽다. 중국 경제는 위안화의 안정성을 지원해 지속가능성을 추구할 것이다.
중국경제는 뉴노멀에 접어들었다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낙관하고 있다. 침체되고 있다는 시각도 있지만, 중국 경제는 이제 성숙하는 과정에 있다. 뉴노멀 의미는 경제발전이 대규모 변동 없이 안정적이라는 뜻이다. 20년전 30년전과는 지금은 완전히 다르다. 중국경제의 1%의 성장은 20년전의 1%와는 완전히 다르다. 이런 점에서 중국 경제는 계속 발전하고 지속할 것으로 확신한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
진리췬 AIIB총재지명자 "굶주리는 사람들 직접 봤다... 먹고 살아야 환경 보호도 가능"
입력 2015-09-09 1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