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때 제발 파업 만은…” 현대중 협력사들 호소

입력 2015-09-09 13:00
현대중공업 노조가 올 임·단협에서 임금인상과 조선소 노조 공동투쟁을 위해 9일 또다시 파업에 나서자 협력업체들은 “조선업종 모두가 힘든 시기에 파업만은 제발 자제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노조는 이미 지난달 26일과 이달 4일 각각 4시간 부분 파업했다. 9일 오후 1시부터 3차 파업(4시간)에 나섰다.

특히 이날 파업은 올 2월 출범한 전국 조선업종 노조연대 소속 일부 노조가 처음으로 공동으로 하는 것이어서 우려를 더하고 있다. 연대 소속 9개 노조 가운데 주력 현대중공업 노조를 비롯해 같은 그룹사 현대삼호중공업, 대우해양조선 노조가 동참한다.

세계 조선경기 침체로 회사가 적자 경영의 늪을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조들이 동반파업까지 나서자 협력업체들은 더 큰 위기를 맞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한 사내협력사 대표는 “파업으로 모기업의 생산 공정이 멈추면 중소 협력사들은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그는 “협력업체는 모기업의 크레인 등 중장비를 지원 받아야 다음 공정을 연결해 진행할 수 있는데 중장비가 멈추면 우리 회사를 비롯한 협력사들의 작업도 모두 중단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사내협력사의 작업은 대부분 모기업의 시스템과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어 모기업이 파업하면 협력사들도 작업을 못해 일손을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내 협력사들은 특히 직원이 수십명 정도의 소규모여서 현재의 조선업종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열심히 일하는 수밖에 없지만 모기업 노조 때문에 일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처지를 비관했다.

휴업이나 부도 등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그저 모기업 노조의 잇따른 파업투쟁이 빨리 멈추기를 바랄뿐이다.

현대중공업 임직원은 현재 2만7000여명. 그러나 300여개의 사내협력사 근로자는 이보다 1만2000명 많은 3만9000여명이다.

또 사외 협력사는 1차만 2100여개(근로자 7만∼8만명)에 이르고, 2·3차까지 합하면 5000여 곳(근로자 13만∼15만명)에 이른다.

또 다른 협력사 관계자는 “조선업종이 불황이지만 당장 근로자 인건비를 낮출 수 도 없기 때문에 그나마 살기 위해서는 생산량을 높여야 한다”며 “하지만 모기업 노조의 파업은 곧 생산성 하락으로 직결된다”고 지적했다.

이웃 현대차 노조도 임·단협 난항으로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하는 등 파업 수순을 밟자 협력업체들은 “대화와 양보로 협상을 원만히 마무리해 달라”고 촉구했다.

현대기아차협력사 관계자는 “조선뿐만 아니라 자동차업계도 내수하락 등으로 굉장히 어렵다”며 “자동차 노조가 자신들만 생각하지 않고 회사와 협력업체 등 안팎의 상황도 판단할 수 있는 경륜이 있는 만큼 어려운 때는 참고 상생하자”고 호소했다.

울산=조원일 기자 wc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