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연합 현수막에 왠 김영삼 전 대통령이 등장?”

입력 2015-09-09 10:47

9일 아침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회가 열린 국회 당 대표회의실에서 때 아닌 고성이 울렸다.

최재천 정책위의장과 정성호 민생본부장이 손가락으로 사진을 지적하며 계속 항의했다. “도대체 이게 뭐냐고!”. 두 사람은 얼굴을 붉히며 화를 냈다. 안규백 전략본부장도 이들의 의견에 동의하는 듯 “그러네요. 사진이…”라고 말했다.

이른 아침 펼쳐진 소동의 이유는 당 대표 회의실 벽에 걸린 대형 현수막 사진 하나 때문이었다.

가장 문제된 사진은 1986년 직선제 개헌 당시 1000만 서명운동에 나선 신민당 의원들의 모습이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 등의 얼굴이 뚜렷하게 찍혀 있었다. ‘국민과 함께, 민주 60년’이라는 가운데 로고 위에 이 사진이 배치됐는데 이 자리가 가장 눈에 띄는 자리였다.

하지만 문제는 김대중·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의 사진은 하단 구석에 배치된 것 때문에 제기됐다. 두 본부장은 민주당의 집권을 이뤘고 당의 상징인 두 전직 대통령은 뒷전으로 밀린 것처럼 보이고 지금은 다른 당인 김영삼 전 대통령이 당의 뿌리인 듯 가장 잘 보이게 내걸린 것에 항의한 것이다.

결국 현수막을 직접 제작하고 만들어 내건 손혜원 홍보위원장이 당황해 하며 해명에 나섰다.

손 위원장은 “제가 조금 시간을 맞춰서 하느라 못했는데 바로 고쳐서 검증받아서 다시 하겠다” “제 잘못이다”라고 했다. 이어 “그래도 아무 것도 안하는 것보다 뭐라도 하는 게 낫잖아요”라고 말했다.

이 소동의 뒤엔 당내 계파갈등이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두 본부장 모두 비주류 쪽 의원들이고 때마침 이날 오전엔 초미의 관심사인 당 혁신위원회의 공천 혁신안을 놓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와 당무위원회가 예정된 터였기 때문이다.

오전 8시부터 열린 사전 비공개 최고위에서도 이미 한 차례 주류·비주류 간 혁신안 갈등이 터져 나온 상태라 두 본부장의 ‘고성’은 현수막 사진을 향한 것이 아니라 주류를 향한 것으로 읽혔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