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월드컵 예선전 경기중단사태…“홈 관중 난동”

입력 2015-09-09 10:48
사진=말레이시아 대표 선수 사피크 라힘이 사우디아라비아와의 4차전을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굳은 표정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말레이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2018 러시아월드컵' 2차 예선경기에서 말레이시아의 패색이 짙어지자 관중 난동으로 경기가 중단됐다. 경기는 끝내 재게 되지 못했다.

지난 8일(한국시간) 말레이시아 샤알람에서 열린 말레이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경기에서 관중들이 그라운드로 던진 홍염과 폭죽 등으로 후반 42분에 중단됐다.

현지 언론들은 말레이시아 국가대표팀의 경기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격분한 팬들이 난동을 벌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경기에서 말레이시아는 후반 25분 선제골을 넣었지만 이후 6분 만에 연달아 두 골을 내주며 2대 1로 역전 당하자 관중의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경기 종료 2분을 남겨놓고 흥분한 관중들이 그라운드에 홍염과 폭죽을 던져 경기장은 연기에 휩싸였다. 위험을 느낀 양 팀 선수들은 그라운드를 벗어났고 결국 경기는 다시 재개되지 못했다.

말레이시아는 월드컵 예선 초반부터 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최약체로 분류됐던 동티모르와의 경기에서 무승부, 팔레스타인에 0대 6패, 지난 4일 아랍에미리트와의 경기에서 0대 10으로 완패하며 A조 최하위를 기록 중이다.

아랍에미리트와의 경기에서 0대 10 완패라는 충격적인 결과에 1970년대에 아시아의 강호로 군림하기도 했던 말레이시아 축구 역사상 최악의 경기였다며 언론과 팬의 비난이 이어졌다.

이에 말레이시아 카이리 자말루딘 체육부 장관까지 나서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된다면 프로리그를 중단시킬 수 있다”며 “변화가 없다면 인도네시아 정부가 자국 축구협회에 내린 것과 같은 조치를 고려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결국 돌라 살레 말레이시아 대표팀 감독은 경질돼 지난 8일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경기에서는 U-23 국가대표팀 감독이 지휘를 맡았다. 그러나 부진한 경기력에 관중 난동까지 더해지며 말레이시아 축구는 큰 위기를 맞았다.

외신들은 말레이시아가 관중난동 사태와 정치개입으로 FIFA로부터 징계를 받을 수 있다고 시사했다. 지난 5월 인도네시아 정부는 성적 부진을 이유로 인도네시아축구협회 업무를 정지시키고 리그를 중단시킨 바 있다. 이에 국제축구연맹(FIFA)은 이를 '정치적 개입'으로 보고 인도네시아 축구협회 자격을 박탈하고 이번 2차 예선 출전을 불허했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