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산불, 南 안기부 지시에 의한 꽃제비 소행”

입력 2015-09-09 10:21

북한 당국이 가을철 산불 예방을 강조하면서 연고 없이 떠돌아다니는 청소년인 이른바 ‘꽃제비’를 산불 방화범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8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RFA는 함경북도 한 소식통을 인용해 “올해 5월 부령군과 청진시, 김책시 일대에서 큰 산불이 나 도 국토환경·산림경영 부문 간부들이 물갈이됐는데, 북한 당국이 가을철 산불 예방과 관련해 주민 강연회를 하면서 ‘올봄 함경북도에서 있었던 산불은 모두 (한국) 안전기획부의 돈을 받은 꽃제비의 소행’이라고 선전해 주민들이 쓴웃음을 짓고 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지난 5월 부령군 일대에서 대형 산불이 일어나 도 국토환경관리국장과 산림보호구 소장 등이 처벌을 받았고, 같은 달 1일 청진경기장에서 노동절 맞이 체육대회가 진행되던 중에 청진시 청암구역 관해동, 부령군 형제리, 김책시 일대에서 큰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 체육대회가 중단되고 도 국토환경·산림경영 부문 간부들이 대거 물갈이됐다. 이 산불은 봄철 농사 준비에 나선 주민들이 뙈기밭을 일구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함경북도 다른 소식통도 “애육원(보육원)과 중등학원(고아를 위한 중·고등학교)의 열악한 환경으로 아이들이 중등학원에서 탈출해 ‘꽃제비’로 떠돌고 있는데, 꽃제비가 계속 늘어나자 당국이 꽃제비를 범죄자로 몰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당 창건 기념일 전까지 꽃제비를 무조건 없애라는 것이 중앙의 지시”라며 “꽃제비에 대해 주민의 증오심을 불러일으켜 꽃제비를 사회와 완전히 격리시키려는 것이 당국의 의도”라고 지적했다.

이 소식통은 “한국 안기부의 지시에 따라 꽃제비가 산불을 질렀다는 주장은 꽃제비를 간첩으로 낙인찍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이는 꽃제비의 앞날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고 RFA는 전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