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대중지 빌트(Bild)가 사진을 빼버린 8일(현지시간)자 신문을 발행했다.
시리아 난민 꼬마 에일란 쿠르디의 시신 사진을 게재했다가 독자의 항의가 들어오자 사진의 위력을 직접 느껴보라며 글자로만 채운 신문을 독자에게 건넨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에 따르면 빌트는 1면에 넣던 사진을 모조리 뺐다.
대신 1면 상단에 큰 글씨로 ‘왜 빌트는 오늘 사진을 싣지 않았나’라는 제목을 달고 편집국장 명의의 입장을 실었다.
줄리안 라이헬트 편집국장은 “이번 편집은 사진의 위력에 대한 헌사”라고 밝혔다.
그는 “사진이 없으면 세계는 더욱 무지해지며 약자는 길을 잃고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된다”며 “사진은 어떤 문명도 단기간에 무너질 수 있음을, 계속해서 지옥문을 열어젖히는 게 인간임을 알려준다”고 덧붙였다.
빌트는 독일 최대 대중지로 선정적인 사진 게재로 유명하다.
세 살배기 난민 에일란 쿠르디의 시신 사진은 시리아 내전의 참상을 고발해 유럽 각국의 난민대책을 이끌어냈지만, 일각에서는 사진이 너무 끔찍하다며 배포가 적절하냐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트위터에 이 사진을 올렸다가 항의를 받았던 WP 중동특파원 리즈 슬라이는 ‘나는 왜 시리아 꼬마의 시신 사진을 트위터에 올렸나’라는 취재 후기에서 “이런 반응은 당혹스러웠다. 많은 시리아 어린이들의 시신 사진이 매일 소셜미디어에 올라오는데 사람들은 시리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는 걸까? 그때 알았다. 사람들이 모른다는 것을”이라고 적었다.
김의구 기자 egkim@kmib.co.kr
에일란 시신사진 독자 항의에 獨빌트지 사진 뺀 신문 발행
입력 2015-09-09 10:17 수정 2015-09-09 10: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