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넷우익들은 지난 5일 방송된 무한도전 우토로 편을 문제 삼고 있습니다. 무한도전은 일제에 강제로 징용됐던 조선인들이 전쟁이 끝난 이후에도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교토부 우지시 우토로 마을에 남은 사연을 전했죠. 무한도전 멤버인 하하와 유재석은 우토로 마을을 찾아가 고향의 음식을 전하고 그들의 사연을 들으며 우리의 아픈 과거를 조명했습니다.
우토로는 일제 강점기였던 1941년 교토 군 비행장 건설 노역에 강제 동원된 한국인 1300여명이 정착한 마을입니다. 해방 이후에도 이들은 일제로부터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한 채 이국땅에 남겨졌습니다.
우토로 주민들에게 지난 70년은 고난의 연속이었습니다. 일본 정부는 지속적으로 우토로 마을 주민들의 강제 퇴거를 요구했습니다. 지금도 하수도 시설이 마련돼 있지 않다니 일본 정부의 핍박이 얼마나 심했을지 짐작이 됩니다.
무한도전은 83년 전 여덟 살 때 고국을 떠나 우토로 마을에 터를 잡은 강경남(91) 할머니를 만나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할머니의 고향인 경남 사천의 풍경을 사진과 영상으로 찍어 보여드렸죠. 고향 땅에서 핀 꽃 한 송이까지 앨범에 넣어 전했습니다. 할머니는 “이렇게 보여줘서 고맙다”며 연신 눈물을 훔쳤습니다.
방송을 본 우리 한국인들은 함께 울었습니다.
아픈 역사를 고스란히 견뎌냈지만 고향으로 갈 수 없을 정도로 쇠약해진 할머니를 지켜봐야만 했으니까요. 눈물 잘 참기로 유명한 유재석 조차 “죄송합니다. 너무 늦게 왔습니다. 너무 늦었습니다”라며 눈물을 흘렸으니 시청자들도 눈물을 훔쳤습니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감동을 함께 하려는 네티즌들의 폭주했는데요.
“눈물과 콧물이 멈추지 않는다.”
“역대 최고의 무한도전이었다.”
“일본에게 화가 난다. 강제 징용해놓고도 하수도 설비조차 만들지 않고 강제 퇴거 명령을 내리다니.”
“유재석이 운 것을 오랜만에 봤다.”
“외국어 자막을 달아 세계로 전파시키자.”
일본 넷우익들은 역시나 적반하장격의 반응입니다. 이들은 일제가 자행한 만행을 인정하지 않고 우토로 주민들이 불법 거주하고 있다는 식의 억지를 부리고 있습니다. 심지어 우토로 주민들이 지금의 난민처럼 과거 한국을 탈출해온 난민이며 이들이 일본땅을 무단 점거하고 있다는 식의 망언까지 서슴치 않고 있네요. 무한도전에 대한 비판도 있습니다.
“불법 체류자들이지.”
“무한도전 말고 무한조선이라고 해.”
“무한도전? 애초 일본 프로그램 모방한 곳 아닌가?”
“교토 경찰은 재일한국인들을 추방하고 교토 시민의 안전을 지켜라.”
“한국전쟁의 난민을 받아준 결과다. 난민들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
“하루라도 빨리 조국으로 돌아가세요.”
“눈물 흘리면서 감동해놓고 왜 방치하지? 본국으로 데리고 가 후하게 보호해주면 되잖아. 한국인들은 왜 말과 행동이 다른가.”
“그곳은 사유지다. 전기와 수도 모두 자비 설치가 원칙이다. 그걸 왜 일본탓을 하나.”
“지금의 시리아 난민과 비슷한 사람들을 받아준 결과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단재 신채호 선생이 남긴 말씀입니다. 일본 넷우익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말입니다. ‘밥은 먹고 댕기냐?’ 걸작 영화 살인의 추억 마지막 장면에서 송강호가 남긴 명대사입니다. 이 말 또한 함께 물어보고 싶네요.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한중일 삼국지는 한국과 중국, 일본 네티즌들의 상대국에 대한 실시간 반응을 담는 코너입니다. 지리적으로는 가까운 이웃 국가이지만 역사적으로는 결코 반갑지만은 않았던 한중일. 21세기 인터넷 시대에도 이들의 애증 어린 관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