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시민 성매매 업주로 오인한 경찰… 체포 과정에서 물리력 행사 논란

경찰이 선량한 시민을 성매매 업주로 오인, 긴급체포 과정에서 과잉으로 물리력을 행사해 물의를 빚고 있다.

공인중개사 시험을 한 달 정도 앞둔 20대 시민은 체포과정에서 몸 곳곳에 상처가 났으며 얼굴에 4㎝ 깊이의 상처가 나 14바늘을 꿰맸다. 이 시민은 흉터가 평생 남을 수도 있다는 병원 측 설명이 있었다며 걱정이 태산이다.

당시 이 시민을 체포한 경찰은 현장 부근에서 만난 제보자가 “방금 용의자가 건물로 들어갔다”고 말해 2명의 경찰관이 급히 들어가 인상착의가 거의 똑같은 시민을 범인으로 확정해 긴박하게 체포했다고 말하고 있다.

8일 최모(28·취업준비생)씨는 지난 7일 오후 8시50분쯤 자신이 다니는 학원(2층)과 거주(8층)하는 안산시 단원구 한 오피스텔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잠시 후 사복을 입은 두 사람이 다가와 정확하게 알아들을 수 없는 말과 함께 다짜고짜 목에 ‘헤드록(팔로 상대의 머리를 감아 옆구리에 끼고 죄는 동작)’을 걸며 왼쪽 손목에 수갑을 채웠다.

최씨는 “누군가 다가오면서 ‘경기경찰, 성매매’라고 한 것은 들었지만 신분증 확인도 시켜주지 않고는 나의 목을 감고 손에 수갑을 채웠다”며 “제대로 숨을 쉴 수 없어 이들에게 ‘목 좀 풀어달라’고 한 뒤 ‘이러다 죽겠다’ 싶어 아래층 학원으로 사력을 다해 내려갔다”고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최씨는 “학원으로 들어서며 ‘살려달라’ ‘112 신고 좀 해줘라’고 외치자 취업준비생들이 몰려들었다”며 ”아버지가 퇴직한 전직 경찰이다. 어머니 전화번호를 외치며, ‘전화 좀 해 달라’라고 소리쳤지만 경찰은 쫒아와 넘어뜨리고 팔을 꺾는 등 폭행했다”고 주장했다.

이 와중에 112신고를 받은 경찰이 출동했고 최씨는 근처 파출소로 자신을 체포했던 경찰과 파출소로 갔다.

오후 9시20분쯤 파출소로 연행된 최씨는 파출소에서 출동한 119구급대로부터 응급조치를 받으며 마침내 어머니와 통화를 했고, 어머니와 외삼촌 두분, 외숙모 등이 파출소로 와 그제야 안심했다.

오후 10시20분쯤 ‘진범이 잡혔다’는 설명을 듣고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최씨는 “결국 죄 없는 시민이 무지막지하게 당한 꼴이 되지 않았느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최씨의 어머니는 “아버지도 퇴임한 전직 경찰이여서 한 식구로 생각하지만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자신들의 행동을 합리화하는 것은 용서할 수 없다”며 “당사자가 잘못을 확실하게 인정하게 진정어린 사과를 하지 않으면 끝까지 싸워 진실을 밝히겠다”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이에 대해 경기지방경찰청은 결국 무고한 시민이 범인으로 오인돼 고초를 겪은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는 입장은 분명히 했다.

경기청 관계자는 하지만 “지금은 정확한 경위 파악을 위한 청문감사관실에서 감찰조사 중”이라며 “철저한 조사를 마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경기청 생활질서계 성매매업소 단속반 B 경사는 제보를 받아 해당 오피스텔 건물에 있는 성매매업소를 단속하기 위해 동료 3명과 함께 현장에 갔다.

제보자로부터 “성매매 업주는 빨간 티셔츠에 어두운색 바지, 검은색 모자를 쓰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B 경사는 “건물 밖에서부터 미행하던 범인이 건물 안으로 들어갔고, 엘리베이터를 보니 3층으로 표시돼 있어 계단을 통해 3층으로 올라갔다”며 “옷차림이 비슷한 최씨를 발견, 범인이라 생각하고는 다가가면서 신분을 밝히는데 갑자기 몸을 돌려서 도주하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벽쪽에서 대화를 하려는데도 최씨가 계단(공인중개사 시험 학원이 있는 2층)쪽으로 향하려고 해 제압해 체포했다”고 덧붙였다.

B 경사는 “파출소에 연행된 최씨가 ‘억울하다’고 주장해 혹시 몰라 다시 현장으로 가서 오후 9시40분쯤 진범을 검거했다”며 “바로 파출소에 있던 단속반원들을 통해 진범을 검거한 사실을 최씨에게 알린 뒤 사과했다”고 항변했다.

안산=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